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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막강인맥 - 부동산 시장 주무르는 ‘마피아’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이 주최한 ‘부동산정책 강연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연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부동산 업계를 주무르는 끈끈한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국내 최고의 부동산 인맥 및 정보 네트워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이다. 이곳 졸업생 3700여 명은 곳곳에 포진,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과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심층 취재했다.


1970년 건국대 행정대학원 부동산학 전공 과정으로 시작된 이 대학원은 2000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으로 독립했다. 37년의 역사만큼이나 엄청난 인맥이 형성돼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진욱 동문회장(해외부동산에셋 대표)은 “우리 대학원 출신들이 한 일이 생각보다 무척 많다”면서 “우리나라 부동산 업계의 인맥과 시장, 제도를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관련 자격증 제도의 도입이다.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아시지요. 그 감정평가사 이전에 토지평가사라고 있었는데, 이 자격증의 도입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출신들이 한 것입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또 어떻고요.

우리 대학원 출신들이 5~6년 동안 정부와 국회에 필요성을 강조해 만든 것이지요. 이 같은 노력으로 82년 전두환 정권 때 전격적으로 도입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건국대 부동산학과도 부동산대학원 출신자들이 만든 학과라고 설명한다. 또 이 대학원 출신자들이 전국에 퍼지면서 강남대·한성대·명지대·강원대 등에도 부동산학과가 생겼다고 이진욱 회장은 강조한다.

“각종 자격증 우리들 작품”

이곳 동문회가 꿈꾸는 것은 건국대 안에 아예 별도의 부동산대학을 독립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진욱 회장은 부동산을 잘 모르는 이들이 부동산을 논하고 부동산 정책을 세우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이 같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부동산대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주요 동문

김학송 국회의원
김형주 국회의원
이화영 국회의원
이태교 전 수자원공사 사장
김재덕 퍼시픽 스테이트대 총장
조문규 정일감정평가법인 회장
김기완 하나글로벌가멍평가법인 회장
송태영 경일감정평가법인 회장
김영도 대일에셋감정평가법인 이사
우경선 신안건설산업 대표
김태옥 한국옵티그마 회장
민화식 전 해남군수
임향순 한국세무사회 회장
고종완 ER멤버스 대표
권대중 레피드도시개발 대표
이창수 리얼리치그룹 회장
김한옥 도시미학 대표
하원만 현대백화점 사장
유철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김영식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김근전 전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 교수
김종철 한국주택협회 부회장
조문현 부동산랜드 대표

이 대학원 출신들이 갖는 위상과 자부심은 만만치 않다. 조주현 대학원장의 설명이다. “우리 대학원의 인적 네트워크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부동산 업계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주현 대학원장은 부동산과 관련해 일이 생기면 일단 ‘부동산대학원 동문록’(상자기사 참조)부터 펼쳐본다. 그러면 무슨 현안이든 풀리지 않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대학원을 거쳐간 부동산 전문가는 3700여 명에 달한다. 조 대학원장은 “청와대에서 제주도까지 다 있다. 서울에서 멀리 중국, 동남아까지 우리 인맥이 다 나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37년간 쌓인 3700여 명의 인맥은 국회는 물론 청와대, 지자체, 기업, 각종 협회, 언론·법조 같은 전문직, 금융계 등에 골고루 포진하고 있다. 웬만한 기관과 조직에는 이들이 몸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들의 정보네트워크는 막강하다. 사례를 보자. 현재 이 대학원 5기 출신(2004년 입학, 건설개발 전공)인 박철 LBA부동산 전무는 “아는 선배가 이 대학원 재학 중에 자산관리회사를 만들었는데 수십 명의 원우들이 자산관리 대상 손님들을 100여 명이나 몰아 줘 초기에 상당한 사업적 기반을 마련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손님들이 만만치 않은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적어도 100억원대 이상의 건물이 있는 이들인데, 많으면 1000억원대의 건물을 갖고 있는 이들도 포진해 있다.

일반인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이들이다. 박철 전무는 “일반인은 이 같은 사업을 하고 싶어도, 부동산 인맥이 없어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진욱 회장과 조주현 교수는 이런 말도 한다. “어떤 동문은 시행사업을 하면서 건설·설계·시공·분양·금융(파이낸싱)·세무·법무 등 모든 분야를 동문들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끝냈다.”

이진욱 회장은 예를 들어 시행사 사업을 하는 리얼리치그룹 이창수 회장이나 김한옥 도시미학 대표들의 시행사업이 이 사례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시행사업을 하는 풍산건설 조인창 사장은 93년에 이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아직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일단 14명의 입학 동기들은 분기별로 한 번씩 보면서 사업으로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용인 성복지구에서 경남아너스빌이란 브랜드로, 3만 평의 대지에 1차 816가구, 2차 220가구 등 총 1036가구를 짓고 있다. 그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동문인 이우진 세무사, 장태일 한호건설 사장, 김영도 감정평가사 등을 수시로 찾는다.

그는 “동문끼리 같이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해도,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서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받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고 들려준다.

전임 원장인 이춘섭 교수는 동문 네트워크의 대부로 통한다. 박철 전무는 “신입생 환영회 및 워크숍에서는 특이하게 졸업한 선배들이 반드시 참석하는데, 이 같은 전통은 다른 야간 특수대학원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 풍경”이라며 “이춘섭 전 원장이 그 중심에 서 있다”고 밝혔다.

졸업생·신입생이 함께 ‘구보’

이춘섭 교수는 신입생 환영회 행사가 끝나면 반드시 선배들과 신입생들을 모아 사진을 찍게 한다. 인적 네트워크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주로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콘도에서 열리는 이 워크숍에서 이튿날 아침에 동문 선배와 신입생이 동질감을 심기 위해 단체 구보를 하기도 한다.

이춘섭 교수는 대학원장 재직 당시 “1, 2교시(수업)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인맥을 쌓고 정보도 교환하는 3교시(오후 10시 이후에 학생들이 모여 토론하는 시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 이 같은 학풍에 따라 이 대학원 안에는 각종 소모임이 많고, 이 소모임에서 맺은 인연은 졸업 후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현재 널리 알려진 학술 소모임으로는 그린회, 권리분석연구회, 일본부동산연구회, 중국부동산연구회, 미국부동산연구회, 중개업연구회, 광화문포럼, 분당모임, 토요포럼 등이 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출신인 조인창 풍산건설 대표(왼쪽)가 자신이 시행사업을 하고 있는 용인 성북지구의 경남아너스빌 단지를 배경으로 이진욱 동문회장(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기도 하다.

이 대학원 동문 인맥의 강점은 사회 각계 각층에 포진해 있는 최강의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 내는 풍부한 시너지 효과다. 무엇보다 각 분야에 나가 있는 동문 개개인이 전문가들이기에, 사업을 하다 막히는 게 있으면 전화 한 통화로 즉각 해결이 가능하다.

이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그래서 이 대학원 출신들은 명함에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출신’임을 꼭 명기하는 경우가 많다.

박철 전무는 “처음에는 비즈니스나 인허가 문제 등 공식적인 말을 하다가도 명함에 나와 있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몇 기라는 걸 보거나, 얘기 도중 이 대학원 출신임이 밝혀지면 자연스레 화제가 누구 누구 교수님 안녕하시냐 같은 개인사로 발전하게 된다”고 말한다.

3700여 명 동문주소록(최고경영자 과정 포함)을 펼쳐보면 이름 석자만 대면 아는 인물들이 즐비하다. 조주현 원장은 “김형주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태교 전 수자원공사 사장, 김재덕 총장, 한국감정평가협회 회장을 지낸 조문규·송태영씨, 김영식 교육부 차관, 하원만 현대백화점 사장, 우경선 신한건설산업 회장 등이 동문”이라고 소개했다.

입학자격도 비교적 까다로운 편이다. 동문이나 학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조 원장은 “뽑아 놓고 보면, 은행 지점장이나 삼성그룹의 과장 이상급, 그리고 내로라하는 기관에서 10년 이상 일한 전문가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동문 중에는 특수한 직업들도 많다. 예를 들어 검찰수사관 같은 이들이다. 이 대학원을 5학기째 다니고 있는 오영준 검찰수사관은 “현재 경제범죄의 반수 이상이 부동산과 관련된 범죄이기 때문에 사전에 부동산 공부를 해두어야 하겠다는 차원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대학원은 인기가 높다. 그래서 들어가기도 힘들다. 통상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다. 이 같은 인기는 과거에도 그랬다. 이진욱 회장은 70년대 경쟁률도 이 정도로 높았다고 들려 준다. 매학기 부동산 대학원생 85명과 연구과정 35명 등 120명이 입학한다. 최고경영자과정은 42명.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우수한 인재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조주현 교수의 설명이다. “하루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판사 출신 변호사가 찾아 왔다. 그는 부동산대학원 시험에서 떨어질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왜 내가 떨어졌느냐고 항의했다.

그래서 탈락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 돌아가시라고 하며 돌려보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오영준 수사관도 재수를 해 이 대학원에 들어간 케이스다. 조 교수는 “이 대학원은 직업군에 따라 안분을 해 원생들을 뽑기 때문에 서울대 법대 출신의 변호사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문 주소록 살펴보니…

김학송·김형주·이화영 의원도 ‘동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동문들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책은 뭘까? 부동산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이 대학원에 왔으니 무슨 부동산 전문 책일까? 아니다. ‘부동산대학원 인명록’이 정답이다.

이 책을 보면 70년 당시 행정대학원 석사과정(부동산학과) 부터 2007년 기준의 이 대학원 졸업생들(최고경영자과정 출신 포함) 및 재학 중인 대학원생들의 면면이 자세히 나와 있다. 현재 직장과 직위는 물론 직장 및 집 주소, 휴대전화, 직통전화, e-메일, 입학 기수, 심지어 생년월일까지 나와 있다.

이 한 권만 들고 있으면 안 통하는 게 없다는 게 조주현 원장의 말이다. 부동산과 관련해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이 책부터 펼쳐본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러면 무슨 현안이 발생하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직업별 명부’다. 기존 졸업자 및 현재 대학원생까지 총망라한 이 책의 뒤편에는 직업별로 동문들을 재분류해놓았고, 그 뒤에는 인명색인까지 붙어 있다. 그래서 동문들을 찾기가 매우 쉽다.

직업별 분류를 살펴보면 우선 입법부가 눈에 띄는데, 김학송·김형주·이화영 의원이 나와 있다. 이어 사법부, 대통령직속기관 같은 독립기관, 행정부, 관공서, 지방자치의회, 공기업체, 연구기관과 학회, 정당 등에 근무하는 동문이 분류돼 있다.

또 각종 사회단체, 교육기관, 금융기관, 언론기관, 의료기관, 종교계, 예술문화계, 감정평가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삼성·LG 같은 주요 그룹 계열사, 부동산 관련 업종의 부동산 주요업체 등도 목록에 나와 있다.

이 같은 대분류 아래 소분류가 있다. ‘행정부’에 해당하는 부분을 펼쳐보면, 다시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통일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등 각 부처에 근무하는 동문이 있다.

이 책은 ‘대외 비매품’이다. 오로지 이 대학원 출신들에게만 판다. 이 대학원 출신만이 살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가격은 4만원이다. 혹시 부동산에 관심 있는 이들이 이 같은 인맥정보가 필요하면, 이 대학원 출신이 주변에 있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유상원 기자 [wise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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