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관계의 변화」논의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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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반도주변 동북아 질서의 재편성 등 세계정세의 급변이 우리에게 미치고있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고있다.
고르바초프 등장이후 본격화된 미소양극체제의 해체와EC(유럽공동체)·일본, 나아가 중국까지 포함한 다극체제로의 변화는 국제관계의 세기적 대전환으로 평가되고있다. 최근 학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있는 것은 세계정세의 변화추세에 따라 새롭게 자리 잡아가는 한반도주변정세와 남북한관계변화.
일본·한국의 경제력으로 시베리아를 개발하고자하는 소련의 접근으로 동북아지역의 냉전적 대립 역시 해소돼가고 있으며, 이는 잇따른 한 소 정상회담과 북한·일본간 국교수립 움직임에 이은 남북한 유엔가입으로 나타나고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변정세변화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북방정책성공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대체로 남북관계를 낙관하고있다. 한 소 국교수립에 이은 한중 국교수립가능성, 실질적 관계개선을 의미하는 경제교류의 확대는 동북아의 데탕트무드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북한 역시 미·일과의 관계개선이라는 개방과 탈냉전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들이다. 자연히 남북간 냉전적 대립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최평길교수(연세대)는 4일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주최학술회의 주제발표문「한 소 정상회담과 남북한관계발전전망」에서『고르바초프는 휴양지인 제주도에서마저도 괄목할 한국경제발전을 읽고 평양을 서울에 넘겨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게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변화를 경계하고 우려하는 지적도 많다. 계간『사회와 사상』(한길사 간)의 특집「냉전체제의 해체와 새로운 세계질서의 형성」, 계간 『민족지평』의 특집「냉전 후 미국의 세계전략 대 연구」, 계간『동향과 전망』(한국사회연구소 편)의 기획연구「미국·소련·아시아와 한반도」, 계간『사상문예운동』(물빛 간)등에서 한결같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국제정세분석은 비관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들의 시각은 대체로 남북관계의 냉전적 긴장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으며, 따라서 실질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비감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분석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세계전략이 여전히 군사적인 면에서 냉전적이라는 평가에서 시작된다.
한국사회연구소는 계간『동향과 전망』에서 걸프전후 미국의 세계전략을「군사기술상의 우위에 기초한 미국중심의 신세계질서 구축」으로 규정한다. 그 미국은 신속대응군 창설 등 무력을 증강하는 한편 집단안보체제라는 형태로 다른 나라와 군비를 분담함으로써 재정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구사해 여전히 냉전적 패권을 유지하려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한반도에 대해「비핵지 대화거부」의사를 명확히 하고 한국군현대화 계획을 강조하는 등 공세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강정구교수(동국대)는 한발 더 나가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른 한반도 전쟁 재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군축과 반전·반핵 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강교수는 월간『사회평론』 최근호에서 『한반도가 세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는 닉슨 전 미국대통령의 경고 등을 인용하면서 「민족전멸의 외기인 전쟁발발」을 막기 위해『모든 사회운동단체들이 연대해 반핵 반전 운동을 대중화·조직화·생활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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