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 재조정 필요한 때/새 질서 태동기의 대통령 방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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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 대통령의 북미방문 일정이 확정됐다. 이번 방문은 시기적으로 보아 출범이후 엄청난 국내외 정세의 변화를 헤쳐온 6공외교를 미래지향적으로 정리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데 기대를 갖고자 한다.
냉전체제 붕괴,동북아정세의 급변,북방외교의 결실 등의 새로운 조건속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맹방이었던 미국 등을 공식 방문하여 그동안의 정상 외교실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시대를 논의한다는데 우리는 주목하고 싶다.
특히 한반도 주변정세와 관련하여 한미정상의 만남에 우리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한소수교,북한­일본의 접촉,북한의 유엔가입결정등 우리 주변에서 소련·중국·일본 및 남북한간이 부산하게 접촉하는 가운데 새로운 질서와 협력관계가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최근의 정세만 보더라도 금년에 들어서 한소,한일수뇌회담을 비롯해 중국총리의 북한방문,중소수뇌회담등 한반도문제와도 관련된 고위급 연쇄접촉이 있었고,노대통령의 북미방문 직전에는 미소 수뇌회담이 준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 안보·경제분야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하고도 긴밀한 협력자인 미국과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분위기 조성을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조정할 기회를 갖게된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도 이제는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앞으로의 협력방향을 모색할 시기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지원을 받던 과거에서 벗어나 동반자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단계에서 우리의 북방정책은 정치·경제면에서 미국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 미국으로서도 한반도주변을 중심으로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공동번영을 위한 안보·경제통상분야에서 우리와의 이해와 공동이익을 추구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한미수뇌의 만남은 유익하리라 믿는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미루어 이들 문제에 접근하는 한미 두나라의 기본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최근 통상문제를 비롯한 몇몇 쌍무적인 문제에서 의견의 차이가 노출되고 있다.
이번 두나라 정상의 만남에서 이러한 양국간 문제가 제기되리라는 것은 예상되는 일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성격상 통상마찰이라든가 전시주둔국협정등 현재 양측의 현안들이 세부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원칙의 수준에서는 이 문제들이 언급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이 충분히 미국쪽에 전달되어 이해되기를 바란다.
노태우 대통령으로서는 다섯번째 미국방문이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이 방문이 건국이후 세번째 국빈방문이라는데서 우리는 그 상징성에서도 큰 의미를 두고자 한다. 아무리 다변화 외교시대에 살고 있지만 미국이 아직도 우리의 안보·경제의 근간이자 동반자라는데서 이번 방문이 기존의 한미우호관계를 더욱 다져 공동번영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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