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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앞두고 금품·선심 난무/당원대회(정치와 돈:5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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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시락·T셔츠만 줘도 “천만원 이상”(주간연재)
오는 20일의 광역의회선거에 대비해 여야의 당원단합대회가 한창이다.
여야는 이번 광역선거 결과가 14대총선,나아가 92년말 대통령선거의 향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고 필승을 거두기 위해 집안단속을 본격화하고 있다.
선거에 대비한 당원 단합대회여서 향응 및 금품제공,입당권유,선심관 등의 타락현상도 두드러져 당원 단합대회가 불법·금권선거를 부채질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도 강하다.
평상 당원 단합대회는 7∼9월 사이에 1,2회씩 열리는 하계 수련대회 형식이 대표적인 것으로 정당의 주요한 연중행사의 하나가 됐다.
또 지구당 사정에 따라 「당직자 현지연수교육」이 수시로 열리기도 하며 국회가 끝나면 으레 「당원간담회」 형식으로 의원 귀향보고를 겸한 당원 단합대회가 개최된다.
하계 수련대회는 여야에 따라 참가인원 및 경비의 규모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구당별로 평균 2천∼3천명의 당원이 참가,1인당 1만원정도의 예산이 책정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올해는 각 정당,특히 민자당이 광역선거 때문에 당원 간담회 혹은 봄야유회 형식의 당원 단합대회를 서둘러 집중적으로 열어 크게 말썽을 빚고있다.
민자당의 인천 남동지구당(위원장 심정구 의원)은 지난달 24일 인천의 한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겸한 당원 수련대회를 열어 차모씨등 출마예정자 4명의 이름을 적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참석자들에게 물품을 돌렸다.
지구당측은 당원 및 지역구 주민 2천여명에게 체육모자·T셔츠·넥타이핀 등을 선물로 나누어주고 도시락과 음료수를 제공했는데,이것이 여당측의 대체적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때의 지출내용을 보면 △운동모자와 T셔츠가 1인당 5천원꼴 △선물용 넥타이핀이 1개 1천1백원 △도시락 및 음료수가 1인당 2천8백원꼴 △운동장 임대료가 8만8천원으로 모두 2천만원 정도가 소요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선거철에 하는 당원 단합대회는 당원·비당원 가리지않고 참석시켜 향응과 선물을 제공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선거법 위반시비의 단골대상이 되고있다.
대전시 한 지역구의 민자당 광역후보자는 통장 17명을 단합대회 형식으로 음식점에 초대,저녁을 대접하면서 1인당 20만원씩의 현금을 뿌려 재력가들이 단합대회 등에 쏟아붓는 돈의 규모를 짐작케 했다.
이 지역 또다른 한 입후보 희망자는 지난달 1일부터 1인당 5천원씩의 경비를 들여 주민들을 군산·서산 등 해안지역으로 관광여행시켜 이미 수천만원은 썼을 것으로 추정.
민자당의 인천 북을 지구당(위원장 이승윤 의원)의 경우 5월초부터 관내 4백92개통을 돌며 당원간담회 명목으로 당원 및 주민들을 모아 광역의회선거 후보로 추천한 출마예정자를 소개하고 3천∼5천원짜리 찬합을 나누어주어 선관위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당원 단합대회라는 명목으로 금품제공이 공공연하게 난무해 『억대를 써야 당선된다』는 말이 설득력있게 유포되고 있는 실정.
당원 단합대회에 비교적 돈을 적게 써도 한번 치르는데 최소한 5백만원 이상이라는게 의원들의 공통적인 얘기. 예컨대 민자당 서울 모지역구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광주의 한 농원에서 1천여명이 참가한 당원 단합대회를 열었는데 이때 소요된 비용은 식대·버스비 등 1인당 6천원꼴로 모두 6백여만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 지구당은 지난달초에도 교육자료·강사비·필기도구 준비에 1인당 3천만원정도 들어간 당직자 현지 연수교육을 가져 9백여만원을 썼다.
여야의원들은 야유회·연수교육 이외에도 국정보고대회 형식의 당원 간담회도 애용한다.
충청지역 출신의 민자당 모의원은 지난달 11일 임시국회가 끝난뒤 곧바로 귀향해 읍·면 단위로 모두 20여개 지역을 순회하며 의정보고겸 단합대회를 잇따라 개최.
이 의원은 『무려 5천만원 이상의 돈을 지출했다』면서 『읍·면당 3백∼4백명의 당원들을 모아놓고 식사 및 교통비를 제공하고 넥타이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당원 단합대회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하다. 한 지구당 예산이 적은곳은 연간 6천만원에서 많으면 2억원까지 책정되는데 이중 보통 20∼30% 정도가 단합대회 비용으로 소요된다』고 이 의원은 실상을 털어놓고 『요즘같은 선거철에는 예년비용보다 두배는 더 들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은 원래부터 조직선거를 해야하는 「원죄」 때문에 조직관리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난 것은 어느면 불가피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람」의 선거를 해온 야당도 요즈음은 조직관리에 상당한 정성을 쏟고 있다. 그만큼 야당도 조직이나 돈없이 선거하기 힘들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신민당도 광역선거 기간중 취약·필승지구라 할 수 있는 서울·경기·충청 등지에서 중앙당차원의 옥내 소규모 지역단합대회를 준비중에 있다.
중앙당이 주관하고 각 지구당위원장들이 앞장서 치를 이들 대회는 5백∼1천명선의 당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1인당 1만원정도의 경비를 책정해 놓고 있다는 것.
또 지구당차원에서도 선거기간중 3∼5차례 정도 당원 단합대회를 계획중인데 여당보다 돈이 덜 들겠지만 많은 돈이 소요되기는 마찬가지.
민주당의 경우 서울 모지역에서 출마한 한 후보자는 2백여명씩 세차례 정도의 단합대회를 가질 예정.
주로 선거운동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마련중인 이 야외단합대회는 식비 4천원,교통비 2천원 등 1인당 6천원씩의 경비를 계상하고 있어 4백여만원이 드는셈.
이처럼 당원 단합대회는 선거운동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불법적」선거운동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향이어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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