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법 적용에 융통성…기본권 신장|개정 국가보안법 수사지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31일 대검이 일선 수사기관에 시달한 「개정 국가보안법 수사지침」은 개정착지에 따른 국보법의 실무적인 해석·적용 기준을 담았다.
이번 지침은 체제유지법으로서의 국보법 속성상 통일된 기준이 없을 경우 구체적인 사건처리에서 빚어질 수도 있는 혼란과 시비를 막기 위한 것이다.
대검은 지침시달과 관련, 『개정된 국보법의 정신에 따라 국가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규제에 그치고 이를 확대 해석하거나 국민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강조했다.
검찰은 특히 국보법을 개정취지에 맞게 적절히 운용해 수사합리성을 높이고 신법 시행일 이전의 행위라도 법개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수사지침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반국가단체 범위축소=옛법은 「정부참칭 또는 국가변란목적의 결사·집단」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했으나 새 법은 이 같은 결사·집단이 지휘·통솔체제를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 부분을 수사할 때는 수괴·간부·지도적 임무종사자 등 피의자별로 분담한 업무를 명확히 해야하며 규약·강령·선언문·조직체계 등을 반드시 확인, 범법사실이 드러나야 처벌할 수 있다.
또 과거 중국·유러 코뮤니즘·일본공산당 등 국외공산계열도 반국가단체에 포함했으나 새 법에선 삭제됐으므로 앞으로 해외 특정집단과 관련된 수사에 있어서는 집단의 강령·조직체계 등을 수사해 대한민국에 대한 정부참칭이나 국가변란의 목적이 있는 집단인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
기존판례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는 북한공산집단과 조선노동당·조총련·한민통·한통련·통혁당·남민전·전민학련·전민노련·한울회·아람회·제헌의회(CA)그룹 등이며 자민통과 사노맹은 현재 재판에 계류중이다.
◇국가기밀의 범위 세분=옛법은 국가기밀탐지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구분하지 않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있으나 새 법은 이를 세분, 「국가안전에 중대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한정된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기밀」(사형 또는 무기징역)과 「그 밖의 기밀」(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로 나눴다.
종래의 일관된 판례는 국가기밀을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모든 정보」를 포괄적으로 지칭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법률상의 각급 비밀 또는 군사기밀로 취급되는 기밀이 중요한 기밀에 해당하게된다. 또 지금까지는 일간신문이나 민심동향 등을 반국가단체에 알릴 경우에도 국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국가기밀로 인정, 엄하게 처벌해 왔으나 앞으로는 이 같은 유형 중 상당부분이 「그 밖의 기밀」로 처벌이 완화된다.
◇범죄입증의 주관적 요건강화=금품수수, 잠입·탈줄, 찬양·고무, 회합·통신 등 범죄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아야할 것으로 범죄구성요건이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국가의 안전·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사례로는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에 설치된 국가기관을 파괴·마비시키는 행위와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행위」 등을 들고있다.
또 권력분립·의회제도·복수정당제도·선거제도·사유재산·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 내부체제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 등을 포함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이 조항에 위반되는 사람에 대한 수사 때는 피의자의 주관적 의사를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고있다.
특히 남북교류협력법과 국보법이 상충될 때는 남북교류협력법에 의한 북한방문이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행위가 국가안전·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인식이 있고 방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을 경우 국보법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반대로 단순히 증명서를 발급 받지 않고 방북하거나 회합·통신·금품수수행위가 있더라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친다는 주관적 요건이 입증되지 않는 한 형량이 낮은 남북교류협력법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김석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