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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자제·시위의 한계(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또다시 5명의 전경이 구속되기에 이른 광주 권창수씨 집단폭행사건은 강경대군 치사사건을 겪고도 경찰의 시위진압방식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음을 입증해준다. 이 사건뿐 아니라 제주 전우홍씨사건도 그 상처로 보아 폭행의 의혹이 짙은 것이다.
과연 경찰은 또 어떤 비극적인 경험을 해야 자세가 달라질 것인가. 정말 개탄을 금하기 어렵다.
아직도 강군 치사사건으로 인한 시국불안은 가셔지지 않았다. 시위도 계속되고 있고 분신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18일을 고비로 위기가 진정되기 시작한 마당에 경찰은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질러 안정을 깨고 있는 것이다.
강군 사건이후 경찰의 재발방지 다짐과 시위진압 방식의 개선약속은 어데로 갔는가. 강군 사건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 되었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다짐과 약속이 공분을 느낀 시민을 우선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뿐 일선 경찰관들의 자세까지 달라질 정도의 무게를 실은 것이 아니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진압경찰과 시위대가 뒤엉킨 상황이었다거나 어느 한명이 순간적으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빚은 사고라면 또 모른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권씨는 시위대와는 동떨어진 혼자서 달려 나오다가 잡혔으며 쓰러진 뒤에도 집단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는 강군사건 이후에도 일선의 분위기가 바뀔만한 엄중한 조치는 없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선 경찰책임자는 이제라도 보복적인 폭행이나 공격적 진압을 하지 않도록 새로이 엄중한 지시를 내려야 한다. 현장 지휘자의 책임도 묻겠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같은 성격의 사건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과격시위와 과잉진압은 분명히 악순환이지만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면 먼저 경찰부터 자제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순서다. 과격시위로 감정이 폭발한다고 해서 공권력마저 법을 어기고 나설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디까지나 해산위주의 대처와 방어적 자세를 원칙으로 하면서 과격한 시위는 여론과 사후 법처리를 통해 억제하는 것이 바른 길일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요구하고 있듯이 시위의 방식도 이제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시위를 한다면서 정작 공격하고 있는 것은 같은 젊은이인 전경들 아닌가.
또 시위를 하면 했지 화염병과 돌멩이는 왜 던지는가. 또 국민의 재산인 파출소등 공공건물은 왜 공격하는가. 시위때마다 난무하는 화염병과 돌멩이는 상징적 차원을 훨씬 넘는 것이다. 시위자에 대한 폭행이 잘한 일은 아니지만 같은 젊은이들에게 증오심과 적개심을 일으킬 과격행위도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되기 어렵다.
애꿎은 시민들까지 숱하게 피해를 보게 하는 과격시위는 스스로의 도덕성마저 해쳐 여론으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빨리 집시법을 개정하여 평화적 시위의 길을 열어주라. 시위자들은 오늘부터라도 화염병과 돌멩이를 거둬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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