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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평화회담 실마리 풀렸다(해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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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랍·이스라엘 한발짝씩 양보/소 협조로 관계국들 의견접근
중동평화회담 개최의 실마리가 풀리고 있는 느낌이다. 걸프전의 군사적 승리를 중동평화회담 개최라는 외교적 마무리로 연결시켜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3차 중동순방에 나서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사흘전만해도 비관·실망상태였다.
이스라엘에 들렀다가 시리아로 자리를 옮긴 베이커 장관은 10시간 이상 하페즈 아사드 대통령,파루크 샤레 외무장관과 회담했지만 이스라엘­시리아간의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25일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알렉산드르 베스메르트니흐 소련 외무장관은 시리아로부터 날아온 베이커 장관에게 소련이 베이커 장관의 요구대로 중동평화회담에 미국과 함께 공동 주최자로 참여할 것이며 자신이 내달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어 모스크바에서 달려온 베이커를 상대로 26일 이 문제를 협의한 이스라엘은 종전의 태도를 누그러뜨려 구주공동체(EC)의 평화회담 참여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중동평화회담은 열려봐야 하겠지만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서로 한발짝씩 양보한 가운데 미소가 공동 후원하고 EC국가들도 참여하는 형태로 관계국들의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커 장관은 이스라엘의 점령지역 철수를 염두에 두고 지역평화회의를 추진해 왔다.
지난달 부시 미 대통령이 의회에서 중동평화는 이스라엘의 철수가 전제조건이라고 발언한 점이나 지난 14일 스코크로프트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이 『걸프전에서 확인된 전략개념에 비추어 이스라엘이 안보를 위해 반드시 점령지역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커 장관은 문제해결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우선 이스라엘 및 아랍당사국들이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는 1차적인 목표를 위해 회담 개최형식에 대한 의견조정에 힘을 쏟았다.
종전부터 이스라엘은 이해당사국과의 쌍무협상을,아랍국들은 유엔주재하의 평화회담을 각각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스라엘 내부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점령지역 철수문제의 논의는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중동지역 평화회의에 참석하자는 입장이었던 샤미르 총리에 대해 아리엘 샤론 주택장관등 이스라엘 정부내 강경파들은 『샤미르 총리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샤론 주택장관은 베이커 순방도중 불도저를 동원,점령지역에 이주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함으로써 미국측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이스라엘은 또 협상테이블에 자신들이 테러단체로 규정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참석시킬 수 없으며 대신 이스라엘 점령지역 거주 팔레스타인인 대표가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PLO가 중동지역 평화회의를 거부하는 빌미를 제공하면서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적대국이었던 시리아가 유엔주재 평화회의에 대한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지난 67년 3차 중동전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을 이번 기회에 반환받으려는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점령지역 반환을 결정한 유엔 결의안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유엔주재 평화회의가 가장 효과적인 대 이스라엘 압력수단이라는 판단이다.
시리아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친 베이커 장관은 24일 일정을 바꿔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이 큰 소련으로 건너가 베스메르트니흐 외무장관의 협력을 구했다. 지금까지 베이커 장관의 중동평화회담 노력을 종합해 보면 미·소·EC 등이 참여해 이스라엘 및 아랍 당사국들과 함께 중동평화를 논의하는 단계까지는 결실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주재 회담을 끈질기게 주장해 온 시리아등이 이러한 형태를 수용할 것인지의 여부가 앞으로의 과제이며 끝까지 유엔주재를 고집할 경우 이스라엘이 한발 더 양보를 해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의 여부가 중동평화회담 개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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