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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서 대본 가져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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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문화코드를 만들고 싶어요."

미국 영화잡지 '필름 메이커스(Film Makers)'가 주최한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에서 2위 입상한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 구혜민(18.사진)양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새 문화코드를 만들었듯 한국 영화의 새 장을 여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이를 위해 착실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구양은 지난달 미국 예일대에 합격, 9월 입학할 예정이다.

구양의 시나리오는 한 여고생이 자신의 경험을 과장하는 방법으로 에세이를 작성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결국 후회한다는 내용이 담긴 '냉정과 열정 사이 어딘가(Somewhere Between Calm and Passion)'. 미국 대학 입학을 위해 에세이를 공부하면서 느낀 '한 장의 종이(에세이)로 지원자의 열정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소재로 삼았다.

필름 메이커스 공모전에는 1170여 편의 시나리오가 출품됐고, 출품자 대부분이 미국에 거주하는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어서 외국인 고교생의 입상은 더욱 빛났다. 월트디즈니사가 구양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여 지난달 대본을 보냈다고 한다.

이번 시나리오는 구양의 첫 작품으로 '시나리오 작법' 등의 책을 읽으며 작성했다. 하지만 그는 10여 년을 영화에 빠져 지낸 '준비된 영화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거의 매일 한 편 영화를 봤고, 지금까지 3000편 가량을 감상했다.

민사고 영화 동아리인 '시네시타(Cinecitta)' 활동을 하면서 세 편의 단편영화를 감독했고, 이 가운데 '졸업'은 지난해 9월 제2회 청소년문화콘텐츠 창작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 영화에 대한 나름의 평가도 했다. 내용은 좋지만 대체로 신파나 개그 쪽으로 가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그는 미셸 공드리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제작 스타일과 미국의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스토리 텔링 방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2006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을 할리우드에 완벽하게 진출한 아시아인으로 존경한다고도 했다.

구양은 "대학에서 문학과 영화이론을 공부한 뒤 영화학교에 진학해 기술적인 것을 배워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며 "그곳에서 성공하면 국내로 돌아와 한국영화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꿈을 밝혔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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