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아파트값 손대야 할 때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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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골고루 잘 사는 문제에 대한 국민의식이 고조되고 주택소유자와 무주택자가 대충 반반으로 나눠지는 사회에서는 집세와 주택가격의 앙등은 사회통합과 안정에 대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한다.
바로 그 주택가격을 선도하는 아파트값이 대도시의 일부지역에서 또 들먹거리고 있다. 이번에는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이 기존아파트 가격에 파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값이 지난 수년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중앙경제신문의 조사결과는 새삼 충격을 던지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가격 동향을 분석한 이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의 평당 평균가격이 지난 3년새 2.6배 올랐고 강남구에서는 3배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의 평수도 이 기간에 33평에서 17평으로 줄어들었다.
숫자로 표시되는 가격동향의 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연상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집값의 상승에 수반된 집세인상의 과정에서 수많은 세입자들이 서울의 변두리로,서울변두리에서 다시 구리·성남 등의 외곽도시로 밀려 났을 터이고 이사철마다 밀려나는 세입자들은 물론,용케 웃돈을 주고 이사를 모면한 세입자들의 마음속에는 틀림없이 어두운 응어리들이 쌓여갔을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아파트값 동요가 단순히 분양가 인상의 여파에 불과한 것인지,아니면 지난 수년간의 아파트값 인상에 작용했던 구조적 요인들이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것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아직도 많은 국민들 사이에는 되도록 큰 아파트를 가지는 것이 돈벌이가 되고 한채보다는 두채·세채로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바로 이같은 현실은 행정단속과 세제운용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주택투기근절책이 궁극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반증해준다.
아파트에 대한 과도한 수요는 비단 양도차익에 대한 기대 뿐만 아니라 세금을 안물어도 되는 집세수입의 보장으로 인해 한층 더 커진다. 정부의 통계로는 6대도시와 경기도 일원의 주택보유자중 45만명이 2채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다. 남의 이름으로 구입한 집을 합치면 이 숫자는 더 불어날 것이다.
전세든 월세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극히 작은 일부에 국한돼 있다. 작년의 경우 45만명중의 5천5백명만이 임대소득세를 냈을 뿐이다.
집을 세놓은 주인에게 조세 면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꼴이다.
따라서 정부는 집장사가 가장 좋은 돈벌이가 되게 하는 요인들의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주택가격 안정대책의 추진에 허술함이 없도록 해주기를 당부한다. 지난 3년처럼 앞으로 3년간 서울의 아파트 값이 한번 더 3배 가까이 오른다면 그때야말로 주택정책은 무주택자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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