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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랑… 동시랑… 한글아 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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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대학입시 준비를 한답니다. "중.고생 때는 이미 어느 정도 결정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나요. 특히 대입에서 논술이 부각되면서 한글 기초는 초등학생은 물론 유아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 깨치기' 정도에 머물렀던 한글 교육이 이제는 '얼마나 더 잘 우리말을 구사하는가'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말 구사는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우리말을 잘 알아야 논술도, 다른 것도 잘한다'는 식으로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강승민 기자

# 한글을 즐겨라

최근 나오는 한글 교육용 교재는 단순히 한글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재미있으면서도 두운.각운.요운이 척척 맞는 동시를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즐기게 하는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비룡소)이 대표적이다. 2005년 출간된 이 책은 최근까지 2만 부가 넘게 팔려 나가 동시집으로는 보기 드물게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인기에 힘입어 얼마 전 2권이 출시되기도 했다.

"파/파란 파/파를 파네/파를 묶어서 파네/할머니 파 한 단에 얼마예요?// 파 안고 집으로 오는 길/파 냄새가 코를 찔러 재채기 나네/ 에취('파')"

동시답게 제목이나 주된 소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주제를 확실히 눈에 띄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학평론가 유종호 교수(연세대)는 "말놀이 동시라는 형식을 통해 우리말의 낱말을 익히고 소리와 뜻의 이모저모를 엿보고 맛보게 해준다"고 말한다.

우리말의 미묘한 차이를 알기 쉽게 쓴 국어 풀이 사전도 눈길을 끈다. "왜 월드컵 응원단은 '빨간 악마'가 아니고 '붉은 악마'일까" 같은 질문에 대해 "'붉다'는 붉은 계통의 여러 색을 가리킬 수 있고, '빨갛다'는 붉은색 가운데 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국어 실력이 밥먹여 준다'(열린박물관)에 따른 풀이다. 이 책은 "국수는 '삶고', 옥수수는 '쪄야'"하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이는 말 가운데 헷갈릴 수 있는 단어 위주로 정리돼 있어 낱말 풀이를 '공부'가 아닌 '문답놀이'형태로 바꿔 놓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 만화로도 배운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요즘은 유아들도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룬다. 어릴 적부터 정보의 바다에 접하는 이점도 있지만 '안습(안구에 습기 차다, 슬픔 등을 뜻함)''썩소(썩은 미소, 비웃는 듯한 미소를 뜻함)'같은 정체불명의 단어도 은연중 배우게 되는 것이 현실. 딸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학부모 임수정(35.여)씨는 "단어도 희한한 게 많지만 맞춤법도 무시한 채 이상한 말만 쓰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런 부모들의 우려에 맞춘 한글 교육용 학습만화도 나왔다. '마법 천자문' '판타지 수학대전'같은 스테디셀러의 뒤를 잇고 있는 '한글전사(더퀘션)'도 대표적인 한글 학습만화 중 하나다. "한글을 오염시키는 '악바리 대마왕'의 습격에 숨을 거둔 '한글 대왕'의 아들 '세종'이 대마왕에 맞서 오염된 한글을 바로잡는" 내용이다.

"'살가게?'이상하네. 옳지, 저기 '살'에 'ㅅ'하나를 더해야 맞지"라는 식으로 만화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른 한글을 익힐 수 있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책 사이사이 세종대왕과 신사임당 같은 역사 인물에 대한 소개도 있고, 쓰기.읽기 훈련도 할 수 있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 책이 "책을 읽는 따분함과 한글을 깨쳐가는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가득하다"고 소개했다.

교보문고의 집계에 의하면 현재 출간된 한글 교육용 서적은 20여 군데 출판사에서 내놓은 30여 종에 달한다. 교보문고 어린이 파트 북마스터 김미영 대리는 "우리말 교육용 책이 최근 2~3년 전부터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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