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대상선 鄭회장 사망 직후 경영진 스톡옵션 '잔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현대상선 경영진이 사외이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몽헌 회장의 사망 직후인 지난 8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 현대의 정씨 측 일가는 정몽헌 회장 사망 이후 이 같은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쇄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 측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도 "최근 (정씨 일가) 지분 매입은 현정은 회장 체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현대상선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오너인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지 일주일 뒤인 8월 11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직원들에 대해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날은 현대그룹의 전 임직원과 유가족이 금강산에서 고인의 추모행사를 연 날이었지만 현대상선의 노정익 사장 등은 이 이사회 등을 이유로 빠졌다.

노사장을 포함해 현대상선 경영진 34명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은 모두 90만5천주(총 발행주식의 0.88%). 노사장이 20만주를 받았으며 사내 이사인 이재현 이사와 최경호 이사는 각각 5만주, 1만5천주 등을 부여받았다. 사외이사 4명도 1만주씩을 부여받았다. 스톡옵션의 주당 행사가격은 3천1백75원이었는데 현재 이 주식은 1만9백원(10일 종가 기준)이다.

노사장의 경우 20억원가량의 가치가 있는 스톡옵션을 받은 셈이다. 스톡옵션의 행사는 2005년부터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은 이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의사록에 나와 있다.

채이식(고려대 법대 교수) 사외이사는 "최근 회장의 타계로 회사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더구나 주가가 액면가 이하고, 회사도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라 부여 시기를 조정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반대했다. 채이사는 이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스톡옵션을 사외이사는 받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인 박양기(리얼타임테크 상임고문) 이사도 "타사 또는 계열사의 부여 상황을 비교했을 때 수량 등이 적정한가"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 밖에 양봉진(세종대 경영대 교수) 이사도 원안에는 찬성하지만 부여시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노사장은 "이미 계획됐던 사항이고 지금 같은 시기에 부여함으로써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며 "다수의 회사가 사외이사에게도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며 원안대로 결의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도 "이날 이사회는 고 정몽헌 회장의 사망과 상관없이 예정됐던 일정이고 스톡옵션 부여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현대상선은 강명구 현대택배 회장의 친동생을 요직인 재정부 담당 상무보로 앉혔다는 게 정씨 일가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씨 일가 측은 "고 정몽헌 회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 부실회사로 만들고 사망까지 몰린 상황에 이르렀는데 어느 경영진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래.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