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의 정계진출길 넓혀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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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는 기본적으로 민의의 정확한 반영을 위한 것이다. 과열과 타락을 막아야 하는 것도 결국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민의가 정확히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과열과 타락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 자체가 민의의 정확한 반영마저 막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분명히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지난 3월의 기초의회선거는 현행 선거법이 바로 그러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현행 법규정들은 기존 정당에만 편파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어서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에의 욕구를 좌절시킬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다가오는 광역선거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꼭 필요한 과제다.
현재 법개정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선관위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어떻게 손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른 여러가지 이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개정의 기본적인 방향에 관한 몇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유권자와 입후보자들이 접촉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데는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그러나 합동연설에 개인연설회를 추가하는 식의 군중집회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제는 군중집회식의 선거운동은 지양해 나갈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 보다는 유권자와 입후보자 사이의 쌍방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입후보자들의 서로 다른 견해가 명확히 드러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때가 되었다. 이를테면 공동정책토론회나 질의응답이 있는 초청연설회 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법개정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것은 선거공영제의 확대다. 기탁금에 관해서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헌법불일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선거비용만은 모두 국고나 지방재정에서 부담하는 철저한 공영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계층에서 유능한 신인들이 정치무대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 정당들에만 유리하게 되어 있는 각종 규정들은철저히 바로 잡아져야 한다. 광역의회선거에는 정당의 참여가 허용되어 있는 만큼 정당의 활동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또 과열과 타락방지만을 이유로 정당활동을 억제하려는 것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당에 프리미엄까지 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다.
여야는 현행 선거법이 드러낸 문제점을 거울삼아 이번만은 각계의 여론을 광범하게 수렴한 공정한 선거법을 마련해야 한다. 자신들에게 법개정권이 있다고 해서 또 다시 집단이기주의에만 집착한다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더 깊어질 것이며 여론의 격렬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청회등을 통한 각계의 여론수렴과정이 선거법 개정 이전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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