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고용차별」심판대에|″같은 일하는데 낮은 보수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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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같은 노동에 종사하는 남녀 근로자의 임금차별이 부당하다는 소송이 잇따라 재판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 사건은 88년12월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것들로 기업체 등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남녀의 임금차별이 남존여비 사상에 젖은 인위적인 것일 뿐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게 소송당사자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 소송결과는 아직까지 법전 속에서 낮잠을 자고있는 남녀고용평등법의 현실적인 정착 및 남녀 동일임금 지급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는 물론 여성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이효재)은 이러한 여성계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담당재판부에 『재판결과가 남녀간의 차별임금 해소뿐 아니라 학력간·업종간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개선 할 수 있는 뜻깊은 가기가 되리란 희망에서 결론을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소송내용=연세대에서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는 남길자 (45·서울북가좌2동)·윤복순(51·서울연희3동) 씨는 지난해 6월 남자청소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급료를 받아왔다며 연세대를 상대로 차액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임금청구 소송을 냈다.
70년3월부터 연대의 일용직 용원인 「청소원」으로 근무해오고 있는 남씨 등은 같은 종류의 근로에 종사하는 남자직원에게는 교직원보수 규정에 따라 해마다 오른 호봉을 가산, 임금을 주면서도 여성은 정식직원으로 대우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자직원보다 훨씬 낮은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부당한 차별대우를 하고있다고 주장했다.
남·윤씨는 이 같은 차별로 남녀고용평등법이 발효된 이후인 89년4월부터 90년5월까지 남자직원은 9백여만원을 지급 받았는데 자신들은 인건비와 수당을 합쳐 3백여만원씩 밖에 못 받았으므로 차액6백여만원씩을 추가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남씨 등은 소장에서 『연대가 직원인사 규정과 교직원보수 규정에 위반, 근로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남녀평등과 차별대우를 금지한 헌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어긋나난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법서부지원 2개 재판부에서 심리가 진행증인 이사건의 결론여부에 따라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쟁점 및 양측주장=남씨 등이 연대 일용직 청소원으로 맡고있는 노동의 내용이 정식방호원 신분인 남자직원들이 하고있는 「청소일」노동과 동일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를 따지는 게 이 소송의 쟁점.
남녀고용평등법 6조2에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내의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연대 측은 재판부에 낸 답변서에서 여성청소원은 계약신분이 「일용직」이며 청소만을 전담하는 임시근로자로서 직원인사 규정에 의한 정식직원인 「용원(방호원)」으로 임용한 남자직원들과는 다른 기준에 따라 급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즉 용원은 방화와 도난방지, 외부인출입 감시·통제 등 성질상 여성취업이 불가능하며 여성고용원 채용에는 근로계약체결 형식을 갖춘바 없고 특별한 임용절차를 거칠 여지도 없어 여성에게는 별도의 보수표로 정해지는 일당 임금액만 지급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남씨 변호사들은 이 사건이 여성청소원에 대해 정식 방호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것이 아니며 일의 내용 및 종류의 동일가치에 따른 동일 임금청구에 초점이 있기 때문에 연대측 주장은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연대의 경우 68명의 남자 정식 방호원 가운데 20명이 청소만을 전담하는데 이들은 여성청소원이 담당하고 있는 청소원 임무와 전혀 차이가 없는데도 남자들은 정식 방호원으로 임용, 높은 월급을 주고 여성은 「일용직」으로 채용해 낮은 급여를 주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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