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민·사회/체제개선 싸고 이견/이 연립내각 왜 무너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다수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요구 기민/프랑스식 강력한 대통령제 주장 사회
지난 28일 이탈리아 5당 연립정부의 두번째 정당인 사회당이 새 연립정부 구성을 요구,29일 줄리오 안드레오티 총리가 내각사퇴를 선언함으로써 이탈리아 2차대전 이후 49번째 연립내각이 붕괴됐다.
49차 연립내각은 지난 89년 7월에 성립돼 만20개월동안 계속됨으로써 이탈리아 내각의 평균수명 11개월을 두배 가까이 넘겨 계속된 장기내각이다.
이탈리아는 2차대전 이후 무솔리니 같은 파쇼독재자가 다시 등장하지 못하도록 할 목적으로 독특한 의원선거제도를 채택해 왔다.
이 제도하의 선거에서는 후보 또는 정당을 상대로 투표,득표율에 따라 정당에 의석을 배분토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수정당 난립에 의한 연립정부 체제로 정부가 구성되어 왔다.
따라서 이탈리아에서는 소수정당이 언제라도 연정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어 만성적인 정치혼란이 「특징」처럼 여겨져 왔다.
최근 연립정부는 이러한 정치혼란과 비능률과 관련,정부체제 개편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 왔다.
이번 연정붕괴는 이런 정치체제의 개선을 둘러싸고 연정참여 정당,특히 제1당인 기민당(DC)과 제2당인 사회당 사이의 견해차이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이 논의에서 연정 최대정당인 기민당은 선거제도를 대정당에 유리하게 고치는 방안을 고집했고 사회당은 현재 명목상의 국가원수로 되어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프랑스식의 강력한 대통령중심제로 정부체제를 개편할 것을 주장했다.
그밖에도 재정적자·대 마피아정책·대 유럽공동체(EC) 통합정책 등에 대한 연립정부내 각 정당간의 이견이 지난 수개월동안 계속됨으로써 연정은 곧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되어 왔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베티노 크락시 사회당 총재가 현안들에 관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진 새 연립정부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크락시 사회당 총재의 새 정부 구성요구는 자신이 총리가 되어 정부를 재구성함으로써 정부체제 개편을 사회당이 주도하기를 희망하는 의도로 분석된다.
사회당은 또 연정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의석규모로 제2의 정당인 구 공산당 좌익민주당의 의석이 퇴색하는 유럽공산주의 분위기 때문에 사회당쪽으로 옮겨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조기총선도 이번 연정파괴의 한가지 목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탈리아 신문들은 코시가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로 안드레오티 현 총리를 다시 지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안드레오티 총리에 의한 연정구성노력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그러나 사회당이 연정파괴와 함께 제기한 요구들을 타협없이 고집할 경우 코시가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조기총선을 실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강영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