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의 윤리붕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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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이어 터져나오는 온간 사회악과 부정과 비리를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가 절감하고 있는 사실은,법과 질서와 도덕신뢰가 무너져 내리는 무규범의 한 복판에 서 있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이었다.
성균관대의 교수구타사건을 일방차도에서 벌어진 사소한 교통시비로 보지 않고 우리 모두의 충격과 분노로 받아들이는 까닭은,바로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무규범의 극치를 축소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무규범의 극치인가. 무법·무질서·반윤리가 그것이다. 분명 들어올 수 없는 길에 들어서고는 상대방차에 양보도 하지 않았고 시비의 단초를 열었다.
상대방이 자신들의 대학선배이고 현직에 있는 스승인줄 알면서도 폭언과 폭력을 자행했다. 사후처리는 더욱 기가찰 노릇이다. 교수의 자질을 거론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자신의 주먹에 교수의 뺨이 와 닿았다는 교언영색의 기자회견까지 했다.
애초에 잘못을 시인하고 스승인줄 알았으면 사죄로 끝났을 일이 여기에까지 번지고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우는 작태가 대학구내에서 일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이것이 무법·무질서·무규범의 상황이 아닌가.
이 사회의 반윤리적 풍토가 가정과 학교의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자성이 공감대로 확산되고 있는 오늘이다. 바로 그런 시점에서 최고의 교육현장인 대학에서 일어난 무규범의 극치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암담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학생이 스승의 머리를 깎았고 농성장에서 스승을 짐짝처럼 옮겨버렸으며 교수임용에 학생이 심사를 하는 것이 다반사로 여겨지는 대학풍속이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교수를 가정교사처럼 채용한다는 사고방식이 학생들간에 잠재적으로 들어 있는지 모른다.
대학생의 사고에 이런 교수상이 숨어 있는한 대학교육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대학뿐이 아니다. 중·고교에서도 교사를 학원강사로 여기는 의식과 풍토가 잠재하는한 교육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우리 교육이 정상화되지 않는한 우리 사회의 부도덕성 또한 치유되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걸을 뿐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모든 교수와 교사들은 이번 사건이 남의 일,또는 타대학의 일로 볼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아픔으로 봐야 할 것이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무규범의 근원이라고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요구하는 단합된 결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스승이 학생들의 집단세력화에 무력하고 자신들의 눈앞에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의기소침해 하는한 교권의 확립이나 교육의 정상화는 영원히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학원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이 다같이 자세를 고쳐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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