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전문 용역 회사|선거 운동 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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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컴퓨터가 당신을 지방 의회로 보내드립니다. 31년만에 치러지는 지자제 선거에서 지역구민의 성향과 여론을 분석, 선거 전략을 수립해 주는 컴퓨터 선거 운동 방식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대략 50여명의 후보가 서울시내 10여개 정치 광고 회사와 계약을 맺었고 광역 의회 선거에서는 이용자의 숫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초 의회 후보 4명과 계약을 맺고 있는 종합 광고 회사 ㈜에이아이엠과 서울 모 지역 후보 A씨의 실례를 통해 컴퓨터 선거의 생생한 과정을 살펴본다.
지난 1월 A씨로부터 상당액의 계약금을 일시불로 받고 이 회사가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A씨의 인적 사항을 철저하게 파악하는 작업.
54세, 고졸, 자수성가한 요식업자, 특수 대학원 수료, 10억원대의 자산가.
A씨의 이력은 평범했고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출마의 변도 흔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A씨가 공개를 꺼리는 약점을 털어놓도록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A씨가 애써 무시하고 싶지만 상대 후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점을 파헤쳐 선거전에 이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하므로 대비책을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입후보자가 그렇듯이 A씨는 특수 대학원으로 치장된 자신의 실제 학력과 떳떳하지 못한 치부 과정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이 회사 기획팀은 A씨를 끈질기게 설득, 결국 약점이 될만한 사항을 대부분 자료화 할 수 있었다.
이어 여대생 10여명을 동원해 지역 실태 파악을 위한 면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유권자가 1만명 정도인 이 지역 주민 가운데 7백명을 대상으로 인적 사항·직업·학력·소득과「지난 총선·대선 때는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습니까」「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후보가 당선돼야 하겠습니까」등 모두 50개 항목을 조사했다.
컴퓨터 분석 결과 이 선거구는 비교적 빈촌이며 야당 성향이 강해 「민주화를 위해 애쓸 인물」 (30%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쓸 인물」(25%) 「도덕성이 있는 인물」(2O%) 의 선호도로 나타났다.
컴퓨터를 이용해 후보자 개인 자료와 지역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A씨를 「관료형」과 「투사형」을 절충한 중간적인 인물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로 결정했다.
A씨의 이미지와 상수도 확충·서민 금융 확대·주거 환경 개선 등 지역 현안을 고려, 「A씨와 함께 밝은 사회를, 참신하고 믿음직한 일꾼」이란 캐치프레이즈를 선정했다.
8일 선거일이 공고되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홍보물을 제작했다.
과거에는 홍보물을 무작정 살포했으나 이 회사는 학력·연령·성별·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유권자들 성향에 따라 세 부류로 나누고 각기 다른 구호·공약이 담긴 홍보물을 제작,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에 관한 정보는 DM 회사로부터 1명에 50원씩에 구입, 홍보물을 발송했다.
㈜에이아이엠은 선거 공고일 전후, 선거 운동 기간 중인 3월15일을 전후해 각각 전화여론조사도 실시, A 후보에 대한 반응을 조사해 A씨가 부동표 공략에 노력토록 했다.
5백여명씩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A씨를 포함한 네 후보가 백중세였으며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 4O%정도였다.
이 회사는 A씨의 선거 막바지 전략으로 부동표 공략과 상대 후보의 막판 흑색 선전 공세에 대비한 고정표 지키기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선거일 이틀전인 24일 마지막 전화 여론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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