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분단의 벽』 허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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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북불교대표자들의 공식적인 만남이 오는6월 중국북경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다.
중국불교협회 조박초회장은 최근 북경을 방문한 불교조계종 서의현 총무원장에게 오는6월 북경에서 열리는 조선불교도연맹(위원장 박태호)과 중국불교협회의 모임 때 한국불교대표를 초청, 남북대표가 만나도록 주선하겠다고 전했다.
조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북한불교인들과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졌음을 시사, 한국측이 동의한다면 불교남북대화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서총무원장은 이에 대해 『불교의 남북교류에 대해서는 우리가 여러차례 제의도 했고 시도도 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어 중국측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히고 일정 등이 정해지는 대로 북한주민 접촉 승인 등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말했다.
6월의 남북 불교대표 만남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북한측이 남한측의 대표구성과 관련해 불교계의 여러 단체, 예를 들어 민중불교주창단체들이나 민족통일 불교운동협의회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등의 전제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불교협회 관계자들의 전언속에 그 같은 북한측의 입장변화가 강력하게 시사되었다는 것이 우리 불교인들의 판단이다.
서총무원장은 『우리가 대표단을 구성할 때 불교계의 일부단체들을 배제할 필요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야말로 범불교적으로 대표단을 구성하겠다』고 말하고 『다만 북한측이 그 같은 전제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정치적인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남북한 불교인의 만남은 미국 하와이 대원사주지 기대원스님, 재미 김법타스님등에 의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왔다.
공식적인 대표자들의 모임은 번번이 좌절됐다. 88년l0월 조계종이 한강연등대법회를 열면서 통일기원법회를 남북불교인들이 함께 갖자고 제의, 북한측에서 수락할 듯한 자세를 보여 우리 대표들이 협의를 위해 판문점까지 갔으나 ▲시간이 촉박하다▲우리대표에 민족자주통일 불교운동협의회 등 단체 대표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북한측이 참석하지 않아 무산되었다. 또 그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불교도 우의회(WFB)총회에도 참석이 기대되었으나 오지 않았다.
90년 법주사 청동미륵대불회향때 김법타스님이 평양에 가 초청장을 전달하고 이어 구체적 협의를 위해 다시 북한으로 가려했으나 『팀스피리트훈련이 진행되는 한 만날 수 없다』고 해 입북 자체가 거부되었다.
북한불교도 조국통일법회 등을 열고 있으나 법당 안에 「북남정치협상회의 지지」「팀스피리트 중지」등의 플래카드를 걸만큼 정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중국불교협회와 조계종간 대화에서 조선불교도연맹이 그 같은 태도를 완화하여 종교적 차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 확인된 셈이어서 교류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우리 불교계도 「우리행사에 참여해달라」는 식의, 북한측이 들러리로 오해할만한 제안만 했지 회담까지 이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치 못했고 불교계 전체를 포용하는 대표구성에도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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