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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김석환특파원 현지취재/흔들리는 소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보수파/언론 통제로 개혁파 맹공/진보성향 앵커맨 해고·전보/옐친등 깎아내리기 대대적 선전
소연방제 유지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사흘 앞두고 소련전역이 「찬성」「반대」의 양측으로 갈라져 있던 지난 14일.
레오니드 크라프첸코 소련 고스텔레라디오 회장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의 TV연설 요청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옐친은 이에 즉각 반발,『고르바초프대통령의 동료들이 본인을 국영언론매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뿐 아니라 TV와 보수계 신문들을 이용,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옐친의 이와 같은 비난은 소련의 보수계 언론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옐친은 최대발행부수를 가진 진보적 대중지로 소련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와의 인터뷰와 러시아공화국이 확보하고 있는 라디오 채널을 통해 「국민투표반대」를 호소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국민투표의 열기속에 빚어진 이사건은 최근 소련의 언론상황을 잘 요약하고 있다.
지난 1일 발트해 에스토니아공화국 수도 탈린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오던 기차에서 기자와 만난 주카우스카이터(40)는 『소련의 방송은 더 이상 객관적인 프로를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자신은 『소련의 소식을 알기위해 탈린에서 수신되는 핀란드방송을 시청한다』고 말했다.
최근 소련에선 개혁적 성향의 TV뉴스 진행자들은 해고되거나 전보됐고 신문과 통신에 대한 통제도 부쩍 강화됐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막심 치킨 국제부장은 『당국의 새로운 통제때문에 우리 신문의 정상적인 발행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즉 소련당국이 개혁파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올해초부터 신문용지의 공급가격을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등 보수파언론들엔 기존의 가격인 1t에 4천루블씩 공급하고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엔 6천루블씩을 요구,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신문 발행부수를 고려하지 않고 각 사에 인쇄공장의 이용 기회를 공평히 준다는 명분으로 시간을 배정,사실상 발행부수 및 일자를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천6백50만부를 발행하는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2백만부를 발행하는 프라우다,3백만부를 발행하는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와 비교해 발행에서 엄청난 제약을 받고 있으며,1주일에 5일밖에 신문을 발행할 수 없게 되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1월11일엔 독자적인 심층취재와 정확한 논평으로 관영 타스통신을 제압했던 인테르팍스통신의 송고시설이 폐쇄됐으며,프랑스와의 합작기업으로 히트치던 라디오방송 「유럽+모스크바」는 AM방송주파수를 빼앗기고 FM만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인테르팍스통신의 경우 옐친의 도움과 모스크바시의회의 협력으로 다시 뉴스를 송출하고 있다.
개혁파언론에 대한 이같은 억압은 언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다는 공산당과 보수파의 자체분석에 따른 것이다.
보수파들은 이러한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반격을 소베츠카야 로시야,타스,프라우다,국영TV등을 통해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보수파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해 러시아공화국과 옐친의 신뢰도에 먹칠을 가하고 급기야 겐나디 필신 러시아공화국부총리의 사임까지 몰고온 「1백40억루블 스캔들」도 의미심장한 사건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연방법으로 수출이 금지된 품목을 수출하기로 영국계회사와 계약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커미션을 챙기려 했다는 이 스캔들 보도는 처음부터 소베츠카야 로시야등 보수계 신문들이 터뜨리기 시작,보도의 주도권을 잡은 사건이다.
물론 코메르산트,모스크바 노보스티등 개혁적 성향의 언론들도 필신을 옹호하는 인터뷰기사를 싣는등 나름대로의 판단과 분석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사건보도에 있어 개혁적 언론들은 KGB와 소연방검찰당국의 소스를 인용한 보수계 신문의 보도에 대부분의 정보를 의존해야만 했다.
『우리는 언론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다』고 개혁파 인사들은 말하고 있지만 소련언론들의 상황은 이와 같이 개혁적 성향의 인사에 대한 폭로성 보도등으로 「반격」을 가하고 있는 보수계 언론들과 자신들의 시각으로 자신들의 뉴스를 보도하겠다는 분리파 공화국들의 뉴스매체(아지야 프레스,발트팍스 등)의 혼재속에서 서서히 보혁대결의 열기를 높이고 있다.<모스크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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