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보기 힘든 후보­유권자/현실과 동떨어진 선거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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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합동연설회 두번이 유일한 만남/지역구 안적힌 현수막 혼동 초래/공보 배달사고등 예방대책 전무/정당 배제하면서 당적표시 허용
시·군·구의회 선거운동이 시작된지 10여일이 지나면서 선거운동과 관리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정부차원에서까지 현행 선거법의 개정문제가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행 선거법은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에서 민자·평민당간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법체제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등 기형적인 요소가 많고 「적당히」졸속처리해 이현령 비현령식의 해석소지를 남기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를 주관하고 있는 중앙선관위도 선거관리와 운영에 혼선을 빚고 있으며 검찰은 선거공고 후인 지난 12일에서야 간신히 단속지침을 마련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기도 했다.
선거운동기간의 3분의 2 이상이 경과한 20일 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된 것은 후보자를 해당지역 주민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너무 제약이 많아 법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내마을 일꾼을 뽑는 기초의원선거에서 주민들이 후보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후보자를 평가할 기회를 차단당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행 선거법상 후보자가 자신을 알리는 선거운동방법은 선거벽보·선고공보·소형인쇄물·현수막·합동연설회 등 다섯가지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우선 현수막만 해도 기호와 이름밖에 표기되지 않아 아파트촌이나 선거구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은 대도시 지역에서는 누가 우리마을의 후보자인지 알 수 없게 돼있다.
또 일부 후보자들은 현수막에 황색 또는 청색으로 표시,특정정당 소속임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수막에는 최소한 출마지역을 명시토록 할 필요가 있으며 정당개입배제의 법정신을 살리려면 색깔등도 규제해야 한다.
선전벽보 부착과 선거공보 송부과정도 꼭 현실적이라고 할 수 없다.
선전벽보와 선거공보는 선관위가 후보자로 부터 제출받아 동사무소등 행정부처를 통해 부착,또는 송부하게 되는데 18일 서울 쌍문동에서 발생한 선거공보 소각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 유권자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확인·감독하는 장치가 없다. 선전벽보는 신문구독률이 낮고 보행인구가 많았던 50∼60년대의 홍보전략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후보자가 유권자와 직접 접촉,자신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합동연설회 2회로 제한돼 있는데 평일에 실시할 경우 직장인들은 참석할 수 없어 유권자들과의 소통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민자당에서는 합동유세를 폐지하고 개인유세를 투표구당 1회씩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평민당은 합동유세의 횟수를 늘리고 개인유세도 허용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후보자들의 호별방문과 신문광고 등도 모두 금지돼 있어 유권자들은 동·면사무소를 통해 가정에 배달되는 선거공보와 소형인쇄물을 통해 후보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밖에 없다.
이나마도 투표일 직전에 배달되거나 배달사고가 났을때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차라리 각종 신문의 광고물 삽입배달을 허용하는 것이 어떠냐는 얘기가 이 때문에 나온다.
또한 정당개입을 배제하면서도 경력란에는 소속정당을 표시할 수 있고 당원단합대회도 허용하는 등 법자체가 모순을 안고 있는 것도 혼선을 빚게 하는 중대요인이 되고 있다.
선관위도 정당집회등을 위법으로 유권해석하면서도 합동연설회 등에서 특정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할 수 있다는 선으로 입장을 후퇴하는 등 법해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각종 선거가 상시화될 것에 대비,오해소지가 큰 내무부 직원을 선거관리업무에 위촉하는 편의행정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선관위직원의 충원과 훈련도 시급히 조정되어야 할 문제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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