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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인구수 불리기」/양재찬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뻥튀긴 인구통계」란 제하의 기사를 본 독자들의 반응은 『식구가 몇명인지도 모르는 주부가 세상에 어디 있으며,도대체 그런 주부가 어떻게 밥을 짓느냐』는 것이었다.
통계청이나 일선 행정기관의 관계자들도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밝혀내고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일선 행정기관의 「상주인구수 부풀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또 많은 관계자들이 이미 알고 있었음이 취재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 이를 지적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누구도 나서서 손대기를 꺼렸다.
『왜 하필 이 시국(지자제선거시기를 말한 듯)에 문제를 만들려 합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센서스발표때 문제점을 자세히 밝히고 대책도 마련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진작 알고도 지금까지 방관해오다시피한 관계자들의 이 말을 믿기 어려웠다. 설령 그들을 믿는다해도 치부를 은폐하려드는 조직의 생리 때문에 또다시 어물쩍 넘어가 계속 환부를 키우지 않을까 염려됐다.
그렇지않아도 요즘 정부발표 통계를 못 믿겠다는 이야기가 많다. 장바구니 물가와 집값·전세값은 턱없이 뛰는데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는 어두운데도 경기지수는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등 갈피를 못잡겠다고 한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통계청은 요즘 이들 통계의 현실과 지수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구통계 부풀리기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한 제도나 조사방법상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그릇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이를 맡아하는 이들이 자신과 주변의 이익에 기울어지면 비뚜로 가는 것을 우리는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보고 있다.
정부통계가 진정 정책의 평가와 미래의 이정표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제도는 물론 이를 운용하는 사람도 이번 일을 계기로 거듭나야 한다. 통계청도,통계관련 각 부처도,일선 행정기관의 담당자들도 자신이 맡고있는 식구수부터 제대로 헤아리는 노력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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