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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5일 막 내린 경호역전마라톤|김민우 등 꿈나무 대거 발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4개구간 우승 기염>
올해도 경호역전마라톤은 한국장거리 꿈나무발굴의 요람답게 숱한 예비스타들을 찾아내는 값진 결실을 거두었다.
빈약한 선수 층과 훈련시설미비로 황폐 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육상 장거리 계에 김민우(18·수원공고 3), 박종현(16·배문고 1)등 역량 있는 신인 유망주들을 대거 발굴, 한국육상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 냈다.
그 중에서도 김민우의 등장은 이번 경호무대 최고의 수확.
심사위원들에 의해 이견 없이 이번 대회 MVP로 선정되기도 한 금은 4개소구간에 출전해 모두 우승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한국마라톤을 이끌어 갈 꿈나무로 떠올랐다.
1m80㎝·63㎏의 이상적인 체격에 심폐기능이 뛰어나 마라토너로는 최고의 조건을 갖췄다는 경이며 정신력도 좋아 잘만 다듬으면 대성이 기대된다는 게 육상 인들의 설명이다.
김과 함께 막장 경기 팀의 트로이카를 구축한 오성근(16·수원공고1)과 홍기표(18·오산고 3)도 크게 주목되는 선수.
이번에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오는 육상에 입문한지 2년에 불과한 풋내기인데도 이번 대회에서 역시 4개소구간 우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며 경기의 2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1m69㎝·45㎏의「마라톤체격」 에 지구력·심폐기능이 뛰어나다는 게 경기 팀 김원협 감독의 설명. 최근 급속한 기량향상을 보이고 있어 내년 MVP는 거의 확실하다는 게 육상 인들의 예상이다.
홍 기표는 힘과 지구력이 특히 돋보인 선수. 이번 대회 최장·최 난코스에서 2관 왕을 따냈다.
이밖에 3관 왕을 차지한 서울의 박종현도 눈 여겨봐야 할 재목. 당산중 3년 때인 지난해 뒤늦게 육상을 시작했으나 올해 배문고에 입학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직 경력이 짧아 지구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하나 스피드가 좋고 심폐기능이 탁월해 앞날이 촉망되는 선수. 1m72㎝·57㎏.
또한 국가대표로는 이번 대회 유일하게 참가한 김순형(·18·경북체고 3)도 소구간 우승2회·준우승2회의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원래 금은 8백m·1천5백m 전문의 중거리선수이나 뛰어난 스피드를 무기로 이번 대회에서 활약을 펼쳐 마라토너로서의 자질도 엿보게 했다.

<올 대회 5관 왕 겨냥>
「2000년대 세계제패」라는 육상계의 염원을 가슴깊이 새긴 채 1천3백리 국토종주의 대 레이스 끝에 우승의 영예를 안은 경기는 특히 지난해에 이어 거푸 2년 연속「완전우승」 을 이끌어 냄으로써 성년을 맞은 올 경호역전무대를「건각 경기도」 의 한마당 축제로 승화시키는 쾌거를 이룩했다.
「경호역전의 경이」로까지 높게 평가되는 경기의 이 같은 쾌거는 탄탄한 팀웍의 개가로 선수·지도자-협회가 3위 일체가 돼 이룬 값진 결실이다.
특히 9년째 경기도 육상연맹을 이끌고 있는 김원협(42)전무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는 특기할 만하다. 김 전무는 힘겨운 협회살림(연 예산 1천5백 만원)에도 불구, 백방으로 쫓아다니며 성금을 모아 선수훈련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냈는가 하면 각급 학교를 찾아 유망주를 조기발굴, 육성하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
이를 위해 경기도 육상연맹을 맡고 있는 김정배 삼성전관사장은 1천2백 만원을 쾌척, 선수훈련을 도왔다.
지난해 강원도 봉 평에서 실시한 산악훈련과 올 봄 경호역전에 대비, 1개월간 수원에서 합숙훈련을 실시한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는 게 김 전무의 설명.
경기육상의 기수는 단연 수원공고. 창단 5년째인 수원공고는 김민우 오성근 등 유망주들을 보유, 올 경호무대를 꽃피움으로써 신흥육상명문으로 떠오르게 됐다.
『87년 제17회 대회이후 전북에 2년 거푸 패해 우승기를 넘겨줬던 게 큰 자극이 됐지요. 경호역전 2연패에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 세계제패를 위한 동량을 길러 내는 일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올 전국대회 5관 왕을 겨냥중이라는 김 전무의 결연한 의지 속에「경기육상」의 내일이 밝게 떠오른다.

<충남 몰락과 대조적>
올 경호역전에서 드러난 두드러진 현상은 우승한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전력 평준화.
지난해 10년만에 재등장, 하위권으로 처졌던 경북·강원이 나란히 4, 5위로 부상해 옛 명성을 되찾았고 지난87년 광주와 분리돼 호된 선수 난을 겪었던 전남이 향토 민의 각별한 후원 속에 3위로 껑충 뛰어올라 학생마라톤 계의 새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제주(8위) 경남(10위)의 부상도 괄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88, 89년 우승, 성가를 떨쳤던 전북(6위)과 전통적으로 상위권을 형성해 온 충남(11위) 의 몰락은 크게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올 경호역전을 통해 드러난 각 팀간의 평준화현상은 경기를 축으로 학생마라톤 계의 판도변화를 예고함으로써 당분간 학생마라톤 계는 전반적인 경기 력 향상 속에 격량의 판도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전종구·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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