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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 발전 인본주의에 바탕 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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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재 우리들은 어떤 면에서는 세계적 위기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건강에 대한위협과 환경 파괴, 과학기술의 역기능, 정치·경제적 불안정 등 때문이다.
또 지적·윤리적·정신적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걸프전쟁에서 느꼈던 군비경쟁, 강대국의 핵무기 비축, 매년 1천5백만명 이상의 기아사망, 5억명 이상이 겪는 영양실조 상태 등 어려움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한편 인구의 과밀현상과 공업화의 부작용으로 자연환경 파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인플레이션·대량실업·분배의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위기의 근원을 캐고 대처하기 위해 요즘 학계나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다분히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방법론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해답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식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무엇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인류문화의 진화과정과 정적인 사회구조에서 역동적인 사회로 급변하는 추세를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널드 토인비에 따르면 문명은 정적상태에서 동적작용으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 형성되며 「도전과 응전」이라는 상호작용으로 성장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의 사회·경제·정치적 조직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은 첫째, 부계사회의 쇠퇴와 붕괴며 둘째, 화석연료의 고갈이 멀지 않았다는 점이고 셋째, 문화적 가치와 연관돼 있는 사상·인식 및 가치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과 과학기술혁명 등의 가치 속에는 과학적 방법만이 지식에 대한 유일한 접근법이란 신념과 기계론적 우주관·생존경쟁사회, 그리고 경제적·기술적 성장, 물질적 진보가 우선이라는 신념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치는 최근 근본적인 재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사회는 객관적 지혜보다 주관적 감정, 종교보다 과학, 협동보다 경쟁, 자연보존보다 자연이용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각과 감정, 가치와 태도의 불균형, 즉 문화적 불균형과 사회적·정치적 불균형을 초래하게된 것이다.
또 지나친 기계적 방법과 분석적 사고가 강조된 나머지 심각한 반 생태적 태도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런 태도는 20세기 이후 크게 대두된 기계론적 세계관에 한계가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으며 우주는 기계가 아니라 조화를 이뤄야 하는 「분해될 수 없는 전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시급하다.
오늘날 세계에서 보는 여러 역기능적 현상의 근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편 인본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과학적 시도를 통해 순리적으로 인류문명의 변화가 이룩되도록 모든 지혜를 쏟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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