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학탄 안쓰고 빨리 끝났으면”/걸프 전면전 돌입하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경기 침체·물가 걱정/휴일 눈·귀 TV 쏠려/건설업체,특수대비 준비 부산
미국등 다국적군의 전면 지상전 개전소식이 전해진 24일 국민들은 지상전의 결과,이라크·쿠웨이트 잔류근로자 및 교민들의 안부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은 『전쟁이 난후 전비부담·파병압력은 물론 경기침체·유가 및 물가폭등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많았다』며 『전쟁이 장기화 되거나 아랍권 전체의 분쟁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일요일 하루종일 집에서 TV를 통해 전쟁의 경과를 지켜봤고 역·버스터미널 등의 TV앞에도 여행객들이 몰려 전쟁보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당초 지상전 개시와 함께 혼란이 예상됐던 증권가·주유소·금시장 등은 때마침 일요일이어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주말이면 크게 붐볐던 골프장도 부킹을 취소하는 사람이 많아 한산한 편이었다.
반면 지상전 개시로 전쟁이 곧 끝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건설업체등도 전쟁뒤의 복구사업에 대비,대책반을 설치하는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잔류 근로자·교민=현재 이라크에는 현대건설 김한택 대리(48)등 근로자 7명과 현지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 2명 등 모두 9명이 남아있다.
이들중 근로자 이영철씨(41)와 여섯살난 딸 등 3명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인근 농장에 대피해 있고 김대리등 나머지 6명은 키르쿠크 현장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쿠웨이트에는 집·재산을 버릴 수 없어 탈출을 거부한 교민 9명이 남아 있다.
◇현지 잔류자의 가족들=4년전 이라크에 간 박현수씨(52·목공)의 서울 마천동 집에는 노모(82)·큰아들 병식씨(30) 등 일가족이 모여 『지상전으로 공습때보다 피해가 더 클 것 아니냐』며 이라크가 다국적군의 진격에 맞서 잔류 외국인들을 해칠까봐 가슴 졸이고 있었다.
잔류 쿠웨이트 교민 신자철씨(48)의 부인 김이남씨(42·서울 불광2동)는 『남편이 「15년간 피땀흘려 모은 재산을 버릴 수 없다」며 현지에 남아 있어 전쟁이 평화적으로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해 왔는데 이라크가 궁지에 몰려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큰 일』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현대건설 대책반=서울 계동 현대빌딩 본관 6층에 마련된 「비상대책반」에는 지상전 소식이 전해지자 김대윤 상무등 관계자 10여명이 비상출근,사우디·요르단 현지지사와 긴급 통화를 하고 중동지역에서 들어오는 텔렉스를 확인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의료지원단등 안전/국방부 발표
다국적군의 전면적인 지상전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파견돼 있는 국군의료지원단·공군수송단은 모두 안전한 가운데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25일 국방부가 발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쿠웨이트 국경으로부터 1백24㎞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 동북부의 알 네이리야에서 활동중인 국군의료지원단은 24일 시작된 지상전에 따른 우발상황에 대비,대피호 보강작업과 함께 인접부대인 미 해병사령부에 안전보호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환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병상과 헬리콥터·차량 등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