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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는 승리보다 전후처리가 더 부담(걸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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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뚜렷한 정치목표 없는 미 행정부/아랍­이스라엘 갈등심화 평화 어려워/중동 새질서 구축엔 소와 영향력 경쟁
전문가들은 걸프전쟁에 임하는 미국이 이라크의 패배전망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쟁보다는 전후처리가 훨씬 어려울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전쟁목적이 분명치 않은데도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 높은 여론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지상전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 이것은 개전이후 많은 관심이 첨단무기의 성능등 명확한 군사적 목표에만 집중되어 미국인들이 일종의 최면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흉포스럽고 야만적인 후세인의 계속된 행동이다.
그의 행동은 미국의 개입명분을 부유한 쿠웨이트왕족 보호에서 사악한 독재자 저지쪽으로 국제여론을 전환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위력을 보인 첨단무기와 같이 레이저가 유도하는 정확한 정책이나 어둠을 꿰뚫어 보는 정치적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어떤 모양의 쿠웨이트·이라크를 원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장래안보등 정치적 목표에 엄청난 혼란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와 모순은 이 전쟁이 끝난다해서 아랍·이스라엘간에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세인이 패배하는 것이 그가 군사력을 유지하며 영웅으로 남아있는 것보다 나은 것이지만 그가 아랍인들에게 심어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승리라는 헛된 희망의 그림자는 아랍세계를 오래 지배할 것이고 이 상황에서는 어떤 평화도 불가능하다.
○팔문제는 엄두 못내
또다른 문제는 후세인이 그동안 팔레스타인 문제를 쿠웨이트와 연결시킨 결과 전후 이 문제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란 점이다.
이 문제는 미국과 아랍,미국과 유럽 미국과 소련 등의 관계를 긴장시킬 큰 요인이자 누가 팔레스타인을 대표할 것이냐는 문제까지 겹쳐있어 결코 풀기가 쉽지않는 고등방정식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전쟁에서 나타난 또다른 문제는 재등장한 듯한 미­소간의 잠재적 갈등이다.
걸프위기는 초기 미­소간의 전례없는 협력을 출발시켰으나 지상전으로 관계악화가 없을 것으로 공언되지만 서로를 밀쳐내려는 형국에서 끝을 맺게될 전망이다.
소련이 후세인의 체면을 살리는 종결을 선호한 반면 미국은 그에게 군사적 굴복이나 정치적 굴복가운데 선택을 강요했다.
이는 냉전은 끝났지만 정치·지리적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과 소련의 외교정책이 더 이상 공산주의 확장에는 있지 않지만 미소의 지원과 영향력추구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전쟁이 제기한 또다른 모순은 부시 대통령이 말하는 새 국제질서와 중동과의 상관관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전쟁이유는 새 국제질서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외부로부터 자신의 왕정을 보호하는 현상유지에 있다.
따라서 후세인정권이 무너져도 중동에 민주주의가 꽃피기는 어렵다.
○아랍국도 빈부갈등
또 이 전쟁의 결과 중동문제의 뿌리가운데 하나인 아랍국가들의 빈부문제가 전혀 해결되지않아 여전히 이 지역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부유한 아랍국가들이 요르단등 가난한 나라에 지원이 요구되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벌써 전비마련을 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있고 쿠웨이트는 전쟁복구비가 앞으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돼 수년간 다른나라를 지원하기가 어렵다.
이번에 과시된 엄청난 미국의 힘이 이같은 문제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낙관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중동을 둘러싼 문제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단순화되어온 지금까지의 미국정책때문에 전후 수습이라는 분명찮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길을 미국이 찾는 것은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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