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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쉬쉬"하는 반체제사건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반당분자들을 분쇄했다」는 평양 조선중앙방송의 최근보도는 북한에 동유럽과 같은 체제변화의 위험이 없다는 주장과는 달리 정권에 대한 위험이 실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반혁명음모가 김일성의 아들인 김정일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을 다녀온 인사·귀순자·정부당국의 소식통과 외신 등을 종합해 보면 북한에서는 60년대부터 지금까지 김일성의 유일사상과 부자세습체제, 식량부족사태에 저항하는 크고 작은 반체제사건이 15건 정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을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사회 전체가 장막에 가려져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직접 확인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조선중앙방송의 「반당숙청」 보도를 계기로 북한에서 체제에 저항하는 정치적 범죄유형과 그동안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반체제사건들을 알아본다.
북한에서 체제에 저항하는 정치적 범죄는 ▲당 유일사상 지도체제에 위배되는 행위▲사회주의사회 건설에 역행하는 행위▲당 정책 및 순결성을 훼손하는 행위▲정책에 대한 비판▲식량부족 등에 저항하는 주민폭동 등 다섯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북한 형법은 이들 범죄를 반혁명범죄로 몰아 사형 및 전재산몰수로 대부분 극형 또는 중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 유일사상 지도체제에 위배되는 행위는 김일성의 투쟁역사비판, 김일성 족벌비방, 김일성에 관한 각종 선전물 및 초상화파손, 김일성 교시에 대한 비방 등 일체의 반당·반혁명행위가 이에 속한다.
87년말 함북화순에서 반김정일 세력에 의해 주도된 군용열차 폭파사건이 발생, 1백2O여명이 사망하고 5천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같은 해 5월초 평양에서 강제노동에 항의한 대규모 군중 폭동이 발생, 40여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비슷한 시기에 신의주부근에서는 북경을 방문하고 특별 열차편으로 귀국하는 김일성을 저격하려고 기도했다가 총탄이 빗나가 김일성 경호원 한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는 중국으로 망명한 5명의 군 고위간부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84년 만수대의사당을 비롯한 몇 군데에서 폭발미수사건이 발생, 이들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반김정일조직인 「대성민주동맹」이라는 지하조직이 적발된 것으로 전해진바 있다.
이밖에 최근에 발생한 반체제사건으로는 지난해 1월 하순평양시내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소규모 시위가 있었으며 같은 해 3월28일 중국 흑룡강방송은 함흥시청년화학공장에서 근로자 1백여명이 당정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갖다 적발돼 60여명이 체포되기도 했다는 것.
사회주의사회 건설에 역행하는 행위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혁명역사학습을 비방하거나 혁명과업 직무에 태만하는 행위 등으로 나타난다.
82년4, 5월 함북과 양강도지역에서 임업노동자들이 군당 초급비서 등 간부들을 습격했으며 김일성 부자 체제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청년들이 김일성 동상과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유적지를 파괴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81년9월 청진에서는 노동자들이 8천t급의 선박과 철도를 폭파했으며 북한정규군과 노농적위대 간에 무력충돌을 일으켜 총격전 끝에 5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80년9월 과대한 작업량 배정에 불만을 품은 광산노동자들이 함남 함흥역구내에서 광산용 화약을 폭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책에 대한 비판은 북한경제관료를 비롯한 실무관료들이 김정일이 직접 지휘하는 「3대혁명소조」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경제건설방식에 비판적인 태도로 나타난다.
북한은 이들 정책비판자들을「적대분자」「불순분자」「반혁명분자」 또는 「혁명의 변절자」「종파분자」「외부와 결탁한 내부의 원수」 등으로 규정, 숙청대상으로 삼고있다.
82년4월9일 75세로 사망한 빨치산출신 최현은 김일성과는 친근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김일성·김정일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숙청됐다.
그는 82년 2월과 3월, 두번에 걸쳐 김일성과 당정치국에 오진자(인민무력부장)·임춘추 (88년4월 76세로 사망·당시 부주석) 등을 제거할 것과 정치범의 석방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가 거세된 것.
또 83년 재정담당 부총리였던 김경련은 김정일이 경제건설에 우선을 두지 않고 김일성 우상화의 상징물 축조에 재정을 탕진(개선문·주체탑건축비5천만달러)한다고 반대했다가 숙청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일본인이 일본언론에 알린 자료에 따르면 식량부족으로 인한 식량절도·약탈·횡령 등의 범죄가 급증하고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과 저항으로 연결, 산발적으로 폭발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김국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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