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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꿈 짓밟는 조합주택 탈법·사기 극성|「수서파문」계기로 알아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수서지구 특혜의혹 사건으로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조합제도가 시련을 겪고있다. 전국 검찰이 기존 주택조합의 부정·비리에 대한 일제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건설부 등에서는 주택조합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거리다. 수서사건을 계기로 도마 위에 오른 주택조합의 실태와 비리유형·대책 등을 살펴본다.

<제도>
주택조합 제도는 집이 없는 같은 직장근로자 및 지역주민들이 내집 마련을 위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세대주로 된 조합을 결성, 땅을 사들여 공동주택을 짓는 것이다.
조합의 종류는 구성원의 성격에 따라 세 가지가 있지만 절대절명의 대원칙은 집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란 점이다.
이 대원칙을 전제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에서 주택조합측에 주택자금융자혜택을 주기로 규정하자 80년대 초부터 조합주택건설은 활기를 띠게 됐다.
많은 직장에서 무주택근로자들이 「직장조합」을 결성,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동일·인접지역에 사는 집 없는 주민들도「지역조합」을 결성했다. 오래된 집을 헐어내고 그 위에 다시 짓기 위한 「재건축조합」도 만들어 졌다.
주택조합은 무주택자가 투기목적이 아닌 거주목적으로 내 집을 마련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나가면 나무랄 데가 없는 제도다. 또 사실 초창기에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됐다.
따라서 정부는 조합주택의 건설을 지원하는 시책을 확대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이후 부동산값이 오르면서 제도가 문란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투기바이러스가 침투했다.
일부 조합원들이 거액의 웃돈을 붙여 되파는 투기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딱지가 몇천만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입주 후 2년 동안은 팔 수 없도록 돼 있는데도 등기도 하지 않은 채 팔아치웠다.
너도나도 주택조합을 결성하려 들자 유령회사를 만들어 재직증명서를 떼어주는 사기극도 벌어졌다. 집을 지을 수 없는 녹지·공원용지를 사놓고 부지대금을 떼먹는 경우도 생겨났다.
「힘센」기관을 끌어들여 집을 지을 수 없는 땅의 용도를 변경하려드는 청탁·압력행위도 있었다.

<현황>
문제가 가장 많은 서울지역의 경우 작년 말 현재 인가된 조합은 1천4백97개로 조합원들은 9만6백35명에 이른다. 신고만 돼있고 아직 인가가 나지 않은 조합도 l백l2개 3천7백48명.<표 참조>
인가조합 중 사업승인이 나간 곳은 69%인 1천20개(6만l백64가구)며 집을 다 지어 실제로 입주를 마친 곳은 30%선에도 못 미치고 있다.
조합설립만 해놓은 채 여러 가지 이유로 사업승인도 못 받은 곳이 전체의 30%가 넘는 3만여 가구나 된다. 이들을 수용하려면 서울목동 신시가지와 맞먹는 택지가 필요하다.
주택건설사업자들에게는 조합주택을 지을 경우 일반분양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 가격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업체소유의 땅을 주택조합에 팔고 아파트 시공권까지 따내는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땅을 확보해 놓고 아예 주택조합을 공개모집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투기가 개입되자 80년 중반이후 조합 가입 및 설립요건 등이 강화됐다. 89년8월부터 조합원자격의 초점인 무주택기간이 1년에서 3년으로 늘었고 세대주로 한정했다. 동일직장 2년 이상 근무, 서울지역 1년 이상 거주자로 제한했다.
그러나 집을 갖고 있으면서도 주민등록만 옮겨놓는 등의 위장무주택자를 가려내지는 못했다. 주민등록등본, 거주지의 가옥대장 등 구비서류만으로 무주택여부를 확인했으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한 채 운영해와 문제를 증폭시켜왔던 셈이다.
서울시는 자체행정 전산망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지난 l월16일부터 주택조합인가 때와 준공 때 재산세부과자료에 의한 전산조회로 무주택자를 가려내도록 했다. 건설부도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대도시와 경기도지역을 대상으로 3월까지 주택전산화작업이 끝나는 것을 계기로 무자격자를 가려내기로 했다.
조합주택의 규모를 전용면적 25·7평(85평방m)에서 18평으로 낮추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 주택규모를 축소해 집값 자체를 낮춤으로써 있는 자들이 위장해 끼어 들 소지를 가급적 줄여보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89년2월부터 조합주택 건립예정지가 공원·녹지 등 부적격인지를 인가 때부터 가려내도록 하고 있다. <양재찬·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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