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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밤샘조사 고성 수차례/「수서의혹」 수사·감사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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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압규명 미진해 감사원 고심/소환자 신병 “아직은 참고인”/수사검사들 구속 여부엔 함구 일관/입원 정 회장 의사 허락받아 외출도
○…6일째 감사원의 특감이 계속중인 서울시는 11일 평소와 같이 박세직 시장주재의 간부회의를 갖고 국별 업무보고를 하는등 평상의 업무를 하고 있으나 간부 및 직원들은 감사와 검찰수사결과에 따른 인책범위등에 대해 전망하는등 긴장된 분위기가 계속됐다.
감사대상인 도시계획국과 주택조합관련 자료제출 및 설명역을 맡은 주택국은 직원들이 수시로 감사장인 2층 제도개선반 사무실로 불려가거나 상당량의 서류를 제출해 여전히 일손을 거의 놓은 상태다.
서울시에는 이에 앞서 일요일인 10일 아침 윤백영 부시장등 대부분 간부들이 정상출근을 해 감사의 추이를 지켜봤다.
○…9일 주택조합장들의 소환을 시작으로 일요일인 10일 한보그룹 임직원의 무더기 철야조사에 이어 11일 건설부·서울시의 국장 2명이 소환되는 등 검찰조사대상이 확대되면서 검찰청사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아 검찰수사가 사건의 핵심으로 접근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이들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을 비롯,김대영 건설부차관·윤백영 서울시 부시장을 곧 소환하고 잇따라 장병조 청와대 전 비서관등도 부를 예정이어서 수사는 2∼3일간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일 오전 8시쯤 출근과 함께 제갈융우 중수부1과장이 『현재로선 언론에 알려줄 얘기가 별로 없다』면서도 『아직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한 말을 놓고 수사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분위기.
검찰 주변에서는 설령 혐의가 드러났다 하더라도 증거인멸 우려등 수사기술상 보안유지 때문에 수사진행 상황을 말할 수 없지 않느냐는 분석이 유력.
그러나 한편에서는 뇌물죄에 대한 혐의입증의 어려움을 들어 그야말로 수사가 원점을 맴도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대검청사 12층 중수부 조사실과 15층 조사실로 나누어 한보임원들과 공무원들을 분리 심리하고 있는 대검중수부는 10일 저녁 기초조사때의 조용한 모습과는 달리 11일 오전 수사때는 『판공비 사용처는 어디냐』『주택부지 구입자금은 어디에서 났다는 얘기냐』는소리가 밖에까지 들리기도 했다.
한편 철야수사를 마친 수사검사들은 11일 오전 8시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조사실 밖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기자들에게 『나는 입이 없다. 수사내용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달라』며 함구.
○…10일 밤까지 소환해 조사를 받은 사람들의 신병처리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
검찰의 한 관계자는 10일 오전 『지금까지 소환된 20여명은 현 수사 단계로서는 엄연히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라고 강조하면서 강병수 사장의 구속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 강사장을 비롯한 소환자중 일부에 대해서는 혐의가 드러나면 형사처벌할 가능성도 있음을 암시.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정태수 한보회장이 10일 한양대병원에 입원하자 검찰은 중수부직원 1명을 병원에 보내 정회장의 병세확인등 동태파악에 나섰다.
한편 정회장은 10일 오전 한양대병원 21층 귀빈실에 입원했다가 이날 밤 11시30분쯤 『중요한 일때문에 외출한다』며 의사의 허락을 받아 외출해 11일 오전 병실이 비어 있었다.
정회장은 1월 하순 동남아로 출국전 미리 병실예약을 했는데 이날은 아들·여비서와 함께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응급실을 통해 입원.
○…감사원은 조사내용을 전례없이 일일발표로 언론에 설명하고 있으나 수서문제에 관한 세간의 핵심쟁점인 청와대등 관계기관의 외압규명요구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 고심.
감사원은 지금까지 『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의 행위가 서울시등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장씨의 상궤에 벗어난 독자행동임을 강조하는 이상의 설명을 못하고 주로 감사의 초점을 한보의 비리,주택조합의 법적 타당성여부에 맞추어 왔다. 이를테면 청와대의 방파제로서 기능에 한계가 있고 수위가 높아진 여론사이에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동성 건설부 주택국장을 9일 저녁 6시부터 10일까지 철야감사를 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일체 조사내용을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더해가고 있다. 반면 한보의 탈세·자금유용 여부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조사내용이 공개되어 대조적이다. 감사원의 이같은 집중감사 노력 덕분에 청와대는 일단 태풍권에서 벗어나 여론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데 청와대관계자들은 이번주부터는 감사원 감사는 끝나고 검찰쪽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고 언론의 관심이 검찰에 쏠리기를 기대.
한편 이 건설부국장을 철야심문하던 조금철 감사관은 10일 아침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중.<김현일·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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