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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전쟁스타일 “사령관에 일임”/“우려”“지지” 엇갈린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군전문성 십분활용/찬/정치목적 소홀해져/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전쟁수행 스타일이 미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베트남전을 치렀던 린든 존슨 등 전임 대통령들과는 대조적으로 작전수행의 1백%를 현지 사령관에게 맡기는 부시 대통령의 스타일을 두고 지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쟁 3주일을 보내며 현지 작전진행은 일체를 현지 사령관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진행상황만을 지켜보면서 우방국 지도자들과의 협조체제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개전이래 미군이 공격한 이라크군 목표물이 어느 것인지도 자세히 모르며 사우디아라비아주둔 다국적군 총사령관 노먼 슈워츠코프장군에게 전화 한통화 건 일도 없다고 백악관 보좌관들은 말했다.
또 국방부 방문도 최근까지 전황브리핑 참석을 위해 단 한차례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도 가령 지상군 투입여부나 투입할 경우의 시가나 위치같은 문제 등도 현지 사령관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전쟁수행 방식은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직접 통제했던 지난 30년여의 미국 전통에서 볼때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존슨 전 대통령은 월남전때 매주 화요일 최고참모회의를 소집,다음주의 폭격목표를 선택했으며 『나의 허락이 없이는 창고 하나도 폭격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이란 인질구출작전을 직접 지휘,작전의 세세한 사항까지 일일이 감독하고 육·공군의 활동을 통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분석가들은 이처럼 전임 대통령들과는 대조되는 부시 대통령의 스타일을 분석하면서 전쟁수행 과정에서의 군인지도자와 민간인 지도자의 관계 및 나아가 전쟁과 정치의 관계 등에 대한 물음을 새삼 제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전쟁수행 방식을 지지하는 측은 군사작전에 있어 군인의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돼 작전진행이 신속하게 이뤄지는등 작전수행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베트남전에도 참여했던 한 공군장군은 『우리는 당시 전투기의 양 날개에 얼마만큼씩의 폭탄을 탑재해야 하며,총탄은 어떤 종류의 것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까지 존슨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야만 했다』고 말한뒤 『현재까지의 성공적 결과도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방식에 힘입은 바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분석가들은 작전권을 전면 이양하는 부시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에 이번 걸프전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될 수 없을지 모른다며 이를 우려하고 있다.
듀크대의 피터 피버교수와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원 마크 와이다는 최근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지에서 군사작전에 대한 통제를 군대에 위임할 경우 전쟁은 군사적 논리에 의해서만 흘러 전쟁이 갖는 정치적 목적이 도외시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군사적 논리」와 「정치적 수용」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들은 현재의 구조아래서는 전쟁이 「적을 완전히 섬멸한다」는 하나의 목표에만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이 민간인의 개입없이 이처럼 치달을 경우 어떻게 후세인이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가 이번 전쟁에서 군사적 측면 뿐 아니라 중동의 평화정착이라는 정치적 목표까지 달성한다면 전쟁에서의 군인·민간인 지도자와의 관계는 새로 정립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이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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