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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영근의우주항공이야기

우주인과 우주 여행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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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동안 한국 최초의 우주인 양성과 관련해 우주 여행객에 불과한 이벤트성 사업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데 따른 효용성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가적 우주인 양성사업에 일부 비용을 투자하고 참여하는 방송사의 상업성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우주인과 우주 여행객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주인은 우주선을 조종하거나 주어진 임무를 우주에서 수행하는 사람이다. 반면 우주 여행객은 순수 개인 목적으로 우주를 방문하는 단순 방문객이다.

1961년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89분 동안 지구 궤도를 돌고 무사히 지표면에 안착했다. 인류가 최초로 우주를 방문한 경이적 사건이었다. 이후 45년 동안 34개국에서 450여 명의 우주인이 탄생했다. 아프가니스탄.몽골.캄보디아 등의 후진국도 우주인을 배출했다. 이는 옛 소련이 정치적 목적으로 공산권 국가의 인물을 우주선에 탑승시켰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우주는 막연한 개척지가 아니라 우주 관광지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민간 우주여행업체인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는 국제우주정거장을 다녀오는 우주관광 상품을 팔고 있다. 2001년 미국인 사업가인 데니스 티토가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을 했다. 가가린 이후 40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최초의 민간 우주 여행자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마크 셔틀워스, 그레그 올센, 아누셰 안사리가 차례로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얼마 전 우주정거장에 다녀 온 안사리는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 여행자로 화제가 됐다. 2004년에는 한 민간회사가 제작한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원(SpaceShipOne)'이 세계 최초로 고도 100㎞의 준궤도 우주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준궤도 비행이란 우주 공간에 진입했지만 지구 궤도를 돌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탈출속도를 내지 못하는 비행을 말한다. 탑승자는 우주 경계점에 약 5분간 머무르며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이륙 후 90분 만에 지상의 활주로에 안착했다.

준궤도 비행을 통한 우주관광은 1억원 정도의 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주선인 소유스를 타고 우주정거장을 방문하는 여행자는 약 2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우주정거장에서 우주 유영을 할 경우에는 추가로 150억원을 더 요구한다. 준궤도 비행은 최근 민간 우주여행사들이 가장 많이 내놓은 우주관광 상품이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가 개발 중인 준궤도 우주선에는 200명이 넘는 예비 우주 관광객이 이미 좌석을 예약했다. 민간인의 우주여행은 아직 부자들의 잔치에 불과하다. 높은 비용과 기술적 안전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한 보통 사람들이 우주관광을 하는 것은 아직 꿈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최초의 우주 방문자가 우주인인가 우주 여행객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 유인 우주 개발의 시발점으로서 큰 의미를 주고 싶다. 유인 우주 개발은 최첨단 정밀기술과 엄청난 비용이 요구된다. 그만큼 기술 파급 효과도 크다. 우리의 우주인 탄생은 또한 젊은 세대에게 과학기술과 우주 탐사에 대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무중력과 진공과 같은 우주 환경을 이용한 과학 분야의 진일보를 기대해 본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