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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오대산 상고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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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겨울나무에 하얗게 피는 꽃에는 눈꽃과 상고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두 꽃은 같을까요? 물론 다릅니다. 눈꽃은 눈이 내려 피는 꽃입니다만 상고대는 서리가 얼어 피는 꽃입니다. 이토록 성질이 다르니 생김새도 다릅니다. 눈은 나뭇가지 위에만 쌓입니다. 눈이 쌓인 가지 윗부분만 하얗고 아래는 가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와 달리 상고대는 서리가 그대로 얼어붙어 피어난 꽃입니다. 바위며 줄기며 잔가지의 아랫부분까지 하얗게 변합니다. 심지어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마저 시나브로 꽃이 되게 마련입니다. 밤새 눈이 오지 않았는데 산 머리가 하얗다면 필시 상고대가 핀 것입니다. 산허리는 놔두고 오로지 산 머리만 하얀 것은 기온차이 때문입니다. 서리가 그대로 얼어붙으려면 그만큼 기온이 차야 합니다.

올 겨울엔 바람과 구름과 안개가 산을 넘나들며 그려내는 상고대를 한번 보세요. 숨죽이고 지켜보다 보면 살을 에는 칼바람이 외려 고마워집니다.

흑백의 명암이 있는 눈꽃과 달리 상고대는 순백의 흰색이라 사진으로 표현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더구나 멀리서 원경으로 앵글을 잡을 땐 흰 덩어리로 뭉쳐 보여 밋밋해지기 십상입니다. 이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거나 산 그림자의 명암을 적절히 이용하면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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