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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경영 잘한 공무원 인센티브 더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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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사동에서 붓 몇 자루를 구해 친구에게 보내려 가까운 우체국을 찾았다. 우체국 직원들은 소포를 포장하고 배달 품목을 고르느라 바빴다. 게다가 금융과 보험까지 있으니, 우체국 직원은 1인4역을 해야 한다. 그렇게 바쁘면서도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우체국은 다른 공무원보다 먼저 노조가 설립됐다. 그동안 노조에선 보험이나 금융 사업에 부정적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편지 배달이 전체 업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을 바꿔먹었다. 공무원도 경영과 영업 능력을 쌓아야 미래에 적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면서 집배원들이 유치한 보험액이 올 3분기에 500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바쁜 틈에도 고객에게 정성을 다하니 고마워서 보험을 들어준다. 바쁘거나 몸이 불편한 고객을 위해 가정을 방문하면서까지 우편 업무를 봐주니 8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 기관이 됐다.

우체국 직원은 눈비가 와도 뛰고 달려서 돈을 벌어들인다. 그런데 정부가 특별회계라는 명목으로 연간 1000억원 이상 빼앗아 간다. 우체국 직원들은 가마우지 공무원이요, 정부는 물고기를 챙기는 어부가 아닐까. 가마우지는 긴 모가지를 가진 오리와 닮은 새다. 목에 끈을 묶어 물속으로 넣으면 물고기를 잡아 삼키지 못하고 입속에 머금고 있다 어부에게 빼앗긴다. 우체국처럼 흑자를 내는 공무원들이 더 많아야 한다. 나아가 생산과 경영 결과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신이 날 것이다. 그런데 우체국은 일은 많고 승진은 어려우니 근무를 기피하는 곳이다. 공무원도 경영 실적에 따라 대우받는 시대가 됐다.

공무원의 고객은 국민이다. 정치인들에게는 유권자다. 정치인이나 정부는 눈을 크게 떠야 한다. 현대는 과거 아날로그시대가 아니다. 정보를 쌍방향으로 살필 수 있는 시대며, 제대로 정치와 행정을 해야 하는 때다. 갈등이 수면 위에 떠오르기 전에 챙기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만 따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 법을 제정하고, 정부는 사후처리 행정보다 먼저 알고 챙기는 주도적 행정이 필요한 시대다. 경영을 제대로 해 국민의 짐을 가볍게 하는 부처가 많아야 국민은 살맛이 날 것이다.

정종기 성결대 교수·지역사회개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