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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환경·공해 정책|「개발 우선」에 밀려 언제나 찬밥 신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낙동강의 수질오염 - 80년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1.8PPM에서 89년은 3.6PPM(3급수)으로 악화.
서울의 대기오염 - 83년 아황산가스농도 0.051PPM에서 89년은 기준치 0.05PPM을 초과한 0.056PPM으로 악화.
환경오염이 갈수록 적신호를 울리며 우리의 건강과 자연 생태계를 조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환경·공해 정책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으며 제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환경·공해 정책은 여전히 개발·성장 우선주의의 뒷전에 밀려있다.
환경보전은 지속적인 성장과 인간적인 삶의 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명제인데도 정책 당국자들은 대체로 환경보전을 성장의 저해요인으로 보는 단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호텔·음식점 난립>
수도권과 중부지역 1천8백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와 대청호 주변을 수질보전 특별대책 지역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겪은 1년간의 진통이 그같은 예의 하나다. 대책지역 지정은 89년 여름 수돗물 파동 직후 환경처가 입안, 당정회의까지 통과했었으나 내무부·건설부·경기도 등이 오염시설의 입지제한 등 조치가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 표류하다가 지난해 여름의 2차 수돗물 파동 직후에야 어렵게 통과됐다. 그러나 지역지정이 지연되는 1년 사이 팔당·대청호 인근 강변에는 호텔·대형음식점 등이 시간을 다투듯 들어서 「특별대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말 사업 기본계획을 승인한 부산시의 인공섬 조성계획 역시 마찬가지 사례다. 환경처는 그동안 수질오염 가중·생태계 파괴 우려에 대한 사전 보완책을 요구했으나 청와대·총리실의 정책조정 과정에서 사업시행에 우선 착수한 뒤 세부설계 단계에서 사후 보완토록 결정돼 개발 우선주의에 밀렸다.
환경정책의 현주소는 예산 지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정부는 89, 90년의 수돗물 파동을 계기로 「환경보전」을 역점 시책으로 강조하고 있으나 이를 실제에서 뒷받침할 예산배정에서는 여전히 푸대접이다.

<2개구 예산 수준>
환경처는 올해 예산으로 1천3백억원을 요청했으나 정부 내 심의과정에서 90년 예산(추경 포함)보다 오히려 5%가 줄어든 8백58억원으로 삭감됐다. 이같은 규모는 서울의 2개 구청 예산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금년 정부 전체예산이 작년보다 19.8% 늘어난 유례없는 팽창예산임을 감안해 보면 「찬밥」 신세임이 더 뚜렷해진다.
금년 예산안 중 건설부·산림청 등 정부 전체 부서의 환경관련 예산을 합해보아도 90년보다 겨우 2% 늘어난 2천2백85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는 금년도 예상 GNP 1백72조3천억원의 0.13%에 불과, 스위스·영국·미국 등의 0.6∼1%에 비해 5분의 1∼8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환경 연구·기술개발 투자도 미약하다. 미 환경처의 경우 산하 17개 연구소에 연간 2천5백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고, 일본 환경청 역시 연간 1천2백여억원을 연구사업에 쓰고 있으나 우리는 국립환경연구원의 1년 예산이 6억원에 불과하다. 과기처의 환경관련 연구개발비를 포함해도 28억원 남짓이다.
기술개발 투자의 확대와 함께 환경과학기술과 환경인문과학의 연계 연구체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간기업부문의 환경투자 역시 총 설비 투자의 0.7%에 불과, 선진국의 5% 수준과는 큰 차이가 벌어져 적극적인 공해방지 투자 유인책이 요청된다.
환경처의 단속인력은 지난 해에야 두배인 4백명으로 늘어났고 각 시·도의 단속인력은 7백여명이나 그중 절반은 행정조치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현장 감시·단속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환경처 관계자는 한 업소당 연간 4회씩 단속을 하더라도 인력이 현재보다 3배로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투자도 빈약>
또한 환경업무가 정부 15개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가운데 환경처가 통합 조정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수질관리 업무는 건설·보사부·환경처에 흩어져 있고 자연환경보전 업무는 내무부·환경처·건설부·산림청·문화부 등 5개 부처에 분산되어 있으며 해양오염방지 업무는 해경·항만청·환경처·수산청에 흩어져 초점을 잃고 있다.
환경처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제정된 환경정책 기본법에 정부 부처나 시·도가 환경에 영향을 주는 사업을 입안할 때는 환경처와 사전 협의토록 규정했으나 환경처의 위상이 보다 격상되고 통치권자가 환경문제에 무게를 싣지 않는 한 실효는 미지수다.
정부도 뒤늦게 수질관리업무 등의 혼선을 깨닫고 올해부터 건설부의 하수종말처리기능, 보사부의 상수도 수질관리·검사기능 등을 환경처로 이관하고 해양오염방제업무는 관련 4개 부처가 협의체를 구성, 공동 대처키로 했으나 업무가 혼선없이 집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군사용 시설 및 행위가 환경규제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고 방사능 오염(과기처 관장), 비행기의 대기오염 등이 환경처의 영역밖에 방치되어 있는 것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사후약방문 시책>
또 공해단속에 적발되어도 처벌이 관대한 것도 문제다. 공해배출 부과금을 무는 것이 방지시설을 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경우가 아직도 많다. 검찰도 입건된 사업주에게 가벼운 벌금형 정도만 부과하곤 했다. 지난해 8월 제정된 대기·수질환경 보전법은 기본 부과금제를 신설하는 등 벌칙을 강화하고 있어 이 문제는 다소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환경처가 기업에 대해 단속만 하고 공해방지시설의 지원기능은 미약했던 점도 지적되어야 할 대목. 방지시설 기업에 대한 세제·금융지원 등 대책이 보다 차원높게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됐던 70년대를 돌이켜보면 오늘의 환경행정은 많이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77년 환경보전법 제정, 80년 환경청 발족에 이어 81년도에는 일본에도 없는 선진적 기법인 환경영향 평가제도와 공해배출 부과금제가 도입됐고 환경오염방지 기금제가 실시됐다. 86년에는 폐기물관리법이 제정됐고 6개 환경지청이 설치됐으며 지난해에는 환경처로 승격됐다.
환경처는 기구 승격과 더불어 법제를 대폭 손질, 환경보전법을 ▲대기환경보전법 ▲수질환경보전법 ▲소음진동규제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환경오염피해분쟁조정법으로 나누어 오는 2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분야별 환경정책의 현주소를 더듬어 본다.
◇수질정책 = 생활하수는 매년 7%, 산업폐수는 20%씩 증가해 현재 생활하수는 하루 1천50만t, 산업폐수는 6백50만t이 쏟아지고 있으나 수질보전정책은 이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주요 상수원인 팔당·대청호의 수질이 2급수로 떨어지고 영산강·금강의 수질이 매년 악화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현재 하수처리장은 전국에 18곳 뿐이어서 하수처리율이 28%에 불과해 프랑스의 99%, 미국의 72%에 비하면 초보적 수준이다. 정부는 뒤늦게 확충계획을 마련, 96년까지 82곳에 처리장을 설치해 하수처리율을 65%까지 높이고 하수처리장 설치가 어려운 농촌지역에는 간이 오수처리장을 내년부터 설치해 나가기로 했다.

<하수처리율 28%>
기름유출과 적조현상으로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2PPM을 초과하고 있는 대부분 항구연안 바다의 소생책도 시급하다. 지상의 소방서처럼 기동성 있는 해양오염 방제단의 구성도 요청되고 있다.
◇대기정책 = 81년부터 다각적인 대기오염 저감시책을 시행, 83년까지는 호전됐으나 그 이후는 늘어나는 차량과 산업시설의 유독배출가스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해 다시 악화되는 추세다. 환경기준치를 선진국 보다 높여 잡고 있는데도 현재 주요도시에서 아황산가스·먼지·오존(여름철)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환경처가 추진해 온 시책은 ▲81년부터 시작한 서울 등 24개 시와 7개 군에 대한 저유황유 공급 ▲85년의 유연탄 등 사용 규제 ▲87년의 저공해차 공급 ▲88년부터 시작된 빌딩과 아파트의 도시가스 사용 의무화 등이었다. 이 시책이 어느 정도 억제효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페르시아만 사태 이후 지난해 말 동자부의 요청을 환경처가 일부 받아들여 고유황유 사용지역을 늘린 데서 알 수 있듯이 후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폐기물정책 = 정책적 관심이 제일 뒤늦었던 부분이다. 6백1곳의 쓰레기 매립장 중 위생매립지는 4곳 뿐이고 나머지는 원시적 단순 매립장이어서 환경피해가 큰 데다 향후 2년 이내에 대부분 사용한계에 달할 형편에 있다. 또 매년 16%씩 증가하는 산업폐기물 중 일반산업폐기물은 생활쓰레기와 함께 묻는 편법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유해산업폐기물(연간 1백만t) 중 58% 이상이 불법으로 버려지고 있어 토양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분리수거는 이제야 실험단계이며 고철의 34%, 폐지의 43%만 재활용되는 등 재활용 시책도 겉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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