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스푼으로 떠먹고, 보는 즐거움까지 … 케이크가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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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에서도 즐기고, 요즘 잘나가는‘아이스박스’까지 … 케이크의 달콤한 진화

대한제국 황실 만찬 후식으로 대접  
특별한 날 상징에서 일상 디저트로

투썸플레이스의 떠먹는‘아박’인기
하루 1만개 불티 … 10년째 판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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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의 근원을 찾아서] 특별한 날이나 축하하는 순간 빠지지 않는 음식을 꼽는다면 단연 ‘케이크’다. 케이크의 유래는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가루에 꿀을 넣어 단맛을 내고 우유와 달걀 등을 넣어 굳혀 그대로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케이크의 등장은 기원전 2600년경이다. 당시 이집트인은 효모를 발견하고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빵에 견과류와 과일, 향신료, 꿀 등을 곁들여 둥글게 만든 빵을 다산과 번성의 신 아르테미스에게 바친 것으로 전해진다.

들고 다니면서 한 손으로 퍼먹을 수 있는 원터치 형태의 ‘아박’ 전용 케이크 박스.

들고 다니면서 한 손으로 퍼먹을 수 있는 원터치 형태의 ‘아박’ 전용 케이크 박스.

아박 모델로 발탁된 자유분방한 매력의 비비. 그가 출연한 광고는 한 달여 만에 10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투썸플레이스]

아박 모델로 발탁된 자유분방한 매력의 비비. 그가 출연한 광고는 한 달여 만에 10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투썸플레이스]

케이크 제조 방식은 13세기 설탕이 유럽에 소개되면서부터 크게 발전했다. 케이크라는 단어도 이즈음 탄생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케이크는 고대 노르웨이어인 ‘카카(kaka)’에서 파생됐다. 이후 17세기 케이크 틀이 발명된 데 이어 생일 케이크에 나이를 나타내는 촛불을 꽂는 것이 일반화되며 우리에게 익숙한 케이크의 둥근 외형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 기술이 발달하며 케이크를 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오븐의 발명은 더욱 정교하고 다양한 케이크 제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케이크는 꾸준히 진화했다. 케이크가 처음 소개된 것은 20세기 대한제국 시대로, 서양식으로 진행된 황실 만찬과 연회에서 후식으로 대접했다. 고종 황제가 별미로 즐겨 먹었다는 설도 있다. 이후 낙농업과 제과 기술이 발달하며 케이크는 한국인의 삶에 점차 녹아들었다. 1980년대부터 동네마다 제과점과 빵집이 문을 열면서 수제 케이크의 인기가 높아졌고 9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늘어나며 ‘케이크=빵집에서 사 먹는 음식’으로 알려지며 대중화됐다. 케이크의 소비 형태는 2000년대 디저트 카페가 등장하며 카페 문화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디저트 카페 시대를 연 건 2002년 런칭한 투썸플레이스(이하 투썸)다. 커피 등의 음료, 여기에 케이크와 마카롱 등 디저트 메뉴를 페어링 하는 문화를 소개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다른 카페와 똑같은 메뉴가 아닌, 색다른 디저트로 차별화를 꾀한 전략이 통했다. 대표적인 디저트가 떠먹는 케이크 ‘아박(아이스박스)’이다. 2015년 출시한 아박은 미국식 케이크인 아이스박스와 한국인의 가장 상징적인 식문화인 숟가락을 접목해서 투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메뉴다. 크림과 쿠키를 층층이 쌓아 올려 누구나 좋아하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아이스박스는 1920년대 미국에서 발명된 새로운 형태의 케이크다. 당시 미국은 혁신을 내세운 가전제품과 가정용 전기냉장고의 보급으로 식문화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단순히 식재료 보관 방식을 바꾼 게 아닌, 차가운 디저트라는 새로운 음식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이스박스 케이크다. 기존 케이크와 달리 오븐 없이 냉장고에서 굳히는 독특한 제조법으로 지금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아이스박스를 변형한 투썸의 아박은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10년째 투썸 케이크 판매 1위를 지키며 대표 디저트로 자리매김했다. 달콤함은 기본이고, 친근하면서 세련된 비주얼로 보는 즐거움을 더한 아박은 최근 누적판매량 3000만개를 돌파했다. 실제로 아박은 연평균 400만개가 팔리는데, 이는 하루에 1만개가 넘게 판매되는 것을 의미한다.

투썸 아박의 가장 큰 특징인 ‘떠먹는’ 취식 형태는 10년째 젊은 고객층을 저격해 온 비결이다. 실제로 2023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년간의 네이버 블로그 데이터를 취합한 결과 투썸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스초생(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대비 아박의 언급량은 2배 수준이다. 특히 그 중  MZ세대가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아박의 인기는 ‘케이크는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과 함께 먹는 메뉴’라는 고정관념을 깼기에 가능했다. 이는 케이크를 포크로 우아하게 잘라 떠먹는 정형화된 형태가 아닌, 스푼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취식 형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투썸은 올여름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아박의 라인업을 확대하며 떠먹는 패러다임 공고화에 나선 것이다. 주인공은 ‘떠먹는 베리쿠키 아박’. 베리 마스카포네 크림 사이에 블랙쿠키와 큐브 치즈케이크를 쌓고 딸기 꿀리(coulis)를 더한 스핀오프 제품으로, 분홍빛이 감도는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로 화제다. 실제로 하루에 9000개씩 팔리며 투썸 케이크 신메뉴 중 역대 가장 빠른 판매 속도로 출시 열흘 만에 10만개가 팔렸다. 출시 이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체 연령 중 20~25세의 구매 비중이 41%에 달해 특히 Z세대 고객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떠먹는 아박’과 신제품 ‘떠먹는 베리쿠키 아박’의 홀케이크 버전을 출시하며, 전통적으로 축하하는 의미를 담은 케이크까지 ‘떠먹는’ 문화가 확대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아박’ 전용 포장 박스를 선보였는데, ‘떠먹는 아박’ 시리즈는 원터치 형태의 케이크 박스를 제공하고, 홀케이크 포장 시에는 블랙&화이트 조합의 전용 상자에 담아주며 스푼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올 시즌 아박 모델로 MZ세대의 대표 아이콘 비비를 발탁하고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독보적인 감성으로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비비와 함께 ‘떠먹는 아박’의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MZ세대를 노렸다. 지난달 20일 공개한 광고는 파티를 마친 듯 화려한 차림을 한 비비가 편안한 공간에서 ‘케이크는 누워서 떠먹기’를 마음껏 즐기는 반전 영상미로 SNS상에서 ‘비비의 인생광고’라는 평을 얻었고 한 달여 만에 100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다.

케이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 떠먹는 아박과 신제품 떠먹는 베리쿠키 아박.

케이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 떠먹는 아박과 신제품 떠먹는 베리쿠키 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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