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부부, 고졸이하>대졸이상…과반수는 미성년 자식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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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부부를 상징하는 인형들. 중앙포토

이혼 부부를 상징하는 인형들. 중앙포토

최근 이혼한 부부들을 분석한 결과 남편과 부인 모두 고졸 이하 최종학력을 가진 경우가 대졸 이상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 수준이 떨어져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결과로 풀이된다.

20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이혼신고 기준) 9만2394건에서 파악이 불가능한 2만5436건을 제외한 6만6958건 가운데 남편의 최종학력은 고졸이 3만584건(45.7%)으로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 여기에 중졸(5027건)과 초졸(2260건), 무학(532건)을 더하면 비율은 57.3%로 과반수였다. 반면 대졸은 2만5612건으로 38.3%, 대학원 이상은 2943건으로 4.4%에 그쳤다.

갈수록 이혼남의 고졸 이하 비율은 하향세이긴 하다. 1980년대까지 30% 안팎이던 대학 진학률이 1990년대 들어 급속히 늘고 2001년 70%를 넘어선 이후 70~80% 수준을 이어가는 영향이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혼남 가운데 고졸 이하 비율이 두드러진다. 이혼녀의 고졸 이하 비율도 비슷한 사정이다.

법조인들은 학력이 낮을수록 경제력도 떨어지는 경향이 이혼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한다. 이혼 전문인 이지예 법무법인 해람 변호사는 “소득이 낮으면 부부가 다툴 확률도 높아지고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득이 낮은 데다 자녀까지 많은 경우 한부모 가정으로 사는 게 각종 복지 혜택을 받아 경제적으로 이득이라 이혼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학력이 낮을수록 결혼 연령도 어려지는데, 섣불리 결혼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이혼 확률을 높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지난해 이혼 부부 중 과반수인 4만9182건(53.2%)은 20세 미만 자녀가 없었다. 미성년 자녀가 1명인 경우는 2만803건(22.5%), 2명은 1만5531건(16.8%), 3명은 2945건(3.2%)이었다. 이를 두고 이혼 전문 서혜진 더라이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배우자와 이혼하고 싶어도 자녀에게 상처 주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이혼을 피하는 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반대로 미성년 자녀가 없으면 더욱 과감히 이혼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세 미만 자녀가 한 명도 없이 이혼하는 케이스 중에는 자녀들을 성인까지 키우고 나서 60대 이후 이혼하는 사례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혼 부부의 직업을 구분해 보면 ‘미상’ 항목을 제외한 건수 가운데 남편과 부인 모두 ‘서비스 종사자 및 판매 종사자’가 20~30% 수준으로 가장 많았다. 국내 전체 인구 중 서비스업 종사자 비율이 20% 후반대(2022년 기준)라는 점에서 예상 가능한 수치다. 이혼 부부의 주소지 역시 전체 인구 밀집도대로 경기→서울 순으로 많았다. 지난해 이혼 부부는 협의 이혼을 한 경우가 77.8%, 재판 이혼이 22.2%였다.

앞서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이혼통계’에 따르면 이혼 부부의 혼인 지속기간은 5~9년이 가장 많고, 그 뒤를 4년 이하, 30년 이상 순이 따랐다. 연령별로는 남자는 40대 후반, 여자는 40대 초반이 가장 많았다.

연간 국내 이혼 건수는 2003년 16만6617건으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수치는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이유로는 이혼의 선행 행위인 혼인 건수가 감소세인 영향이 가장 크다. 이 밖에 ▶결혼을 신중히 하는 문화 때문에 조기 이혼이 줄고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라 황혼 이혼이 감소한 영향 ▶이혼할 만한 부부가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진 기간 동안 앞당겨 이혼한 경향 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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