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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는 부부 줄었다, IMF사태 때 수준으로…5가지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이혼하기로 한 부부의 모습을 연출한 사진. photoAC

이혼하기로 한 부부의 모습을 연출한 사진. photoAC

지난해 이혼한 부부 수가 1997년 수준으로 줄었다. 1997년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이혼이 급증하기 시작한 해다. 이후 이혼 건수는 2003년 고점을 찍고 최근까지 감소세를 나타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이혼신고 기준)는 9만2394건으로 1997년(9만1160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1.8건으로 1997년(2.0건)보다도 낮아졌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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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감소해 이혼 후보군 줄어든 게 주요 원인

이렇게 된 원인은 크게 5가지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이혼의 선행 행위인 결혼(혼인신고 기준)이 감소세인 게 주요 이유로 꼽힌다.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결혼을 아예 안 하거나 늦추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이혼할 사람도 적어진다는 논리다. 실제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1980년 10.6건으로 고점을 찍은 뒤 1996년 9.4건→2003년 6.3건→지난해 3.8건으로 떨어졌다.

IMF 외환위기 직후 실직·사업실패 등의 급증으로 기존 부부 상당수가 2003년까지 집중적으로 이혼한 점도 지목된다. 이혼을 앞당긴 꼴인 경우가 많아 최근의 이혼 감소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강유진 총신대 아동학과 교수는 “IMF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2003년까지 기존 부부의 이혼이 급증함과 동시에 결혼도 급감해 최근의 이혼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IMF 외환위기 당시 가족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걸 목격한 자녀들이 ‘결혼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게 되고 추후 성장해 결혼 기피→이혼 감소로 영향을 준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신중히 늦게 결혼해 조기이혼 ↓…집값 떨어져 황혼이혼 ↓

이혼 감소세는 조기 이혼(혼인지속기간 0~4년) 감소세가 주도하고 있다. 1997년 전체 이혼 건수 중 조기이혼 비율은 30.1%에 달했지만, 지난해 수치는 18%로 반토막이 났다. 이는 점점 결혼 평균 연령이 올라가고 신중하게 결혼하는 경향이 강해져 이혼 확률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분석했다.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34.0세)과 여성(31.5세)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황혼(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 이혼이 감소세인 점도 전체 이혼 감소를 견인했다. 신은숙(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황혼 이혼이 줄고 있다”며 “이혼을 하면 재산을 분할해 각자 독립된 경제생활을 해야 하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그럴 여지가 작아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집값이 떨어지면 거래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럼 재산 분할 자체가 불가능해 이혼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연간 황혼 이혼 건수는 집값 추이와 비슷하게 변해왔다. 2016년 3만2594건으로 저점을 찍은 뒤 2020년 3만9671건으로 오르고 2021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가 2022년 급격히 떨어지더니 지난해 3만2862건까지 내려앉았다. 아울러 고물가 시대에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 게 생활비를 절약하는 길이기도 해 황혼 이혼을 막았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최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하는 사실혼 관계가 늘어나는 점도 주목된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국가 지원 정책의 소득 상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결혼 생활을 하다가 이혼하는 경우 이혼 통계로 잡히지 않아 수치상 이혼 감소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재혼, 재재혼 등을 하는 부부 중에서도 혼인신고를 안 했다가 다시 이혼한 결과 통계에서 제외되는 숫자가 상당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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