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안 따도 된다"...복귀 데드라인에도 움직이지 않는 전공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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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일을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이렇다 할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전공의 단체도 공식 입장을 따로 내지않고 조용한 모습이다. 일부 전공의가 복귀 문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수련병원들의 설명이다.

병원들 “전공의 복귀 없어”…전공의 요지부동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빅5’ 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에 복귀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빅5 소속 전공의는 2745명으로, 전체 전공의(1만3000여명)의 21%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복귀 문의는 크게 없고 조용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측도 각각 “복귀 움직임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국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했더니 출근 중인 레지던트 수는 600여명”이라고 밝혔다. 전체 전공의 4.6%에 그치는 미미한 전공의가 근무 중인 셈이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한 지 3개월이 된 이날을 복귀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전문의수련규정에 따라 전공의가 미수련 기간이 3개월을 넘는다면 내년 초로 예정된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전공의는 일정 기간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전문의 자격을 따게 되는 의사를 말하는데, 전문의 진입을 앞둔 고연차(3~4년 차) 전공의는 총 2910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연차는 당장 내년 시험이 불가하고, 저연차도 전문의 취득 시험이 1년 연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들은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빅5’ 병원 4년 차 전공의 A씨는 “사직서를 낸 순간 감수한 것”이라며 “사태 해결이 되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빅5 병원 다른 전공의도 “졸국(의국 졸업)이나 (최근 정부의 손을 들어준) 법원 결정은 복귀에 영향이 없다”라며 “웬만한 전공의는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 “20일 복귀 시한은 의미 없다. 어차피 나중에 수련 규정을 고쳐줄 것” “전문의 취득은 늦어져도 의사 자격은 그대로”와 같은 글이 속속 올라왔다.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사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사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미복귀로 내년 전문의 배출이 중단된다면 필수의료 과목을 중심으로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의 최근 3년(2021~2023)간 전문의 자격시험 최종 합격자 현황을 보면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합격자 수는 20명대(20명→22명→25명)에 머물렀다. 소아청소년과 합격자 수는 매년 감소(210명→199명→172명)했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전문의 수가 적어 인력 대체가 어려운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청과)’ 과목이나 중환자실·응급실부터 큰 타격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차관은 “전공의가 제때 수련을 마치지 못해서 전문의 배출이 지연된다면 전체적인 인력양성 체계에 악영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복귀에 주저하는 이유로 ‘배신자’로 낙인찍는 의료계 내부 분위기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당시 회장 당선인 신분이었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A few enemies inside make me more difficult than a huge enemy outside(일부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기기도 했다. 한 전공의는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조리돌림이 여전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인사(병원장)는 “반대 목소리를 내면 각종 항의와 협박을 받게 된다. 의료계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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