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셰프도 초밥집 오픈…요즘 MZ, 제주 대신 이 섬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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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육지와 사뭇 다른 풍광을 자랑한다. 자연환경만이 아니다. 바다와 산에서 나는 먹거리뿐 아니라 물맛까지 달라서 육지에서 맛볼 수 없는 미각 체험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사진은 울릉도 최북단 석포전망대에서 감상한 일몰 풍경. [중앙포토]

울릉도는 육지와 사뭇 다른 풍광을 자랑한다. 자연환경만이 아니다. 바다와 산에서 나는 먹거리뿐 아니라 물맛까지 달라서 육지에서 맛볼 수 없는 미각 체험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사진은 울릉도 최북단 석포전망대에서 감상한 일몰 풍경. [중앙포토]

팬데믹을 겪으며 울릉도는 부쩍 젊어졌다. 해외여행과 제주도의 대안으로 울릉도가 뜨면서 젊은 여행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관광버스 타고 다니는 패키지여행이 울릉도 관광의 주를 이루지만, 렌터카 타고 섬 곳곳을 누비는 개별 여행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울릉도 렌터카는 2012년 54대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29대나 된다. MZ세대가 울릉도를 찾으면서 예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의 특급호텔 셰프가 초밥집을 열었고, 젊은 취향의 심야 식당과 퓨전 식당, 수제맥주 양조장까지 생겼다. 울릉도 신흥 별미를 소개한다.

‘울릉브루어리’ 2시간 무제한 맥주

‘울릉브루어리’는 울릉도 최초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다. 4종의 맥주와 여러 양식 메뉴를 내놓는다.

‘울릉브루어리’는 울릉도 최초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다. 4종의 맥주와 여러 양식 메뉴를 내놓는다.

지난 3월 울릉도 북면 추산마을에 ‘울릉브루어리’가 문을 열었다. 울릉도 최초이자 유일의 수제맥주 양조장이다. 울릉도 출신 브루마스터 정성훈(38) 대표를 비롯해 4명의 MZ세대 청년이 추산 언덕에서 맥주를 빚고 있다. 정성훈 대표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맑은 울릉도 자연 용출수를 6~8주간 발효·숙성해 맥주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울릉브루어리가 만드는 맥주는 ‘스위밍 라거’ ‘캠핑 바이젠’ ‘하이킹 페일에일’ ‘다이빙 스타우트’ 4종이다. 울릉도의 아웃도어 문화와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이름이란다.

‘울릉브루어리’는 울릉도 최초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다. 4종의 맥주와 여러 양식 메뉴를 내놓는다.

‘울릉브루어리’는 울릉도 최초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다. 4종의 맥주와 여러 양식 메뉴를 내놓는다.

브루어리에서 라자냐·그라탱·버팔로윙 같은 맥주와 함께 먹기 좋은 음식도 낸다. 2시간 동안 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기는 해피아워(하루 20명 한정)를 운영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울릉도 뱃값 정도는 뽑을 수 있다. 이달부터는 맥주 시음을 곁들인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전통주를 제외한 술의 온라인 판매와 택배 유통을 금한다. 울릉브루어리의 맥주는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루 두 테이블만 받는 리조트 식당

심야식당 콘셉트의 ‘울야식당’. ‘약소 차돌 편백찜’ ‘명이 오일 파스타’ 등 울릉도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음식을 낸다.

심야식당 콘셉트의 ‘울야식당’. ‘약소 차돌 편백찜’ ‘명이 오일 파스타’ 등 울릉도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음식을 낸다.

울릉도 북면의 추산마을 일대는 변두리였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마땅히 가볼 곳 없던 이 마을이 요즘 울릉도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됐다. 2018년 개장한 리조트 ‘힐링스테이 코스모스(이하 코스모스)’ 덕분이다. 코스모스는 1박에 1000만원짜리 풀 빌라를 갖춘 프리미엄 리조트다. 코오롱 그룹이 직원 연수원을 지으려고 부지를 매입했다가, 리조트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일반 객실도 어지간한 특급호텔보다 숙박비가 비싸지만(1박 약 70만원), 주말은 다음 달까지 빈방이 없단다.

심야식당 콘셉트의 ‘울야식당’. ‘약소 차돌 편백찜’ ‘명이 오일 파스타’ 등 울릉도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음식을 낸다.

심야식당 콘셉트의 ‘울야식당’. ‘약소 차돌 편백찜’ ‘명이 오일 파스타’ 등 울릉도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음식을 낸다.

리조트 옆 별채에 심야식당 콘셉트의 ‘울야식당’이 있다. 저녁 장사만 하는데, 울릉도 식재료를 활용한 퓨전 음식이 주특기다. 울릉도 약소를 주재료로 하는 ‘약소차돌편백찜’, 볶은 오징어와 부지깽이로 속을 채운 ‘울라이스’(오므라이스), 바질을 명이로 대체한 ‘명이 오일 파스타’,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쌔깜징어튀김’이 대표 메뉴다. 예약 손님에 한해 한두 테이블만 운영하기 때문에 항구 앞의 시끌벅적한 식당과 분위기가 딴판이다. 매일 오후 8시 리조트에서 벌어지는 레이저 쇼도 즐길 수 있다.

현지인들이 더 즐겨찾는 퓨전 맛집

‘고맨디즈’의 유린기와 치즈온울릉. 부지깽이와 오징어 같은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다.

‘고맨디즈’의 유린기와 치즈온울릉. 부지깽이와 오징어 같은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울릉도 여행의 묘미다. 이를테면 저동항 인근 ‘고맨디즈’ 같은 식당이다. 호주에서 10년 넘게 요리 경력을 쌓은 전진(42)씨와 아내 배누리(38)씨가 2021년 문을 열었다.

“다국적 식당”이라는 부부의 말처럼 메뉴가 현란하다. 산동식 마늘 닭요리 ‘산동쇼기’를 비롯해 파스타와 피자, 하몽 샐러드, 수육전골·등갈비찜에 나가사키 짬뽕탕까지 낸다. “육지에서는 음식 하나만 잘해도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들지만, 섬에서는 신메뉴를 지속해서 개발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부부는 이유를 댔다.

울릉도 사람이 즐겨 찾는 메뉴는 퓨전 피자 ‘치즈온울릉’과 유린기다. 오징어먹물로 반죽을 빚고, 울릉도 부지깽이로 페스토를 만들고, 텃밭에서 키운 루콜라가 들어간다. 손님의 80%가량이 현지인인데, 요즘은 육지까지 소문이 퍼져 바다 건너온 손님이 늘고 있단다.

줄 서야 먹는 호텔 셰프의 초밥집

서울 특급호텔 출신의 장덕수 셰프가 운영하는 ‘이사부초밥’.

서울 특급호텔 출신의 장덕수 셰프가 운영하는 ‘이사부초밥’.

울릉도에도 초밥집이 있다. ‘이사부초밥’이라는 이름의 아담한 초밥집이다. 동네 초밥집이라고 얕봤다간 큰코다친다. 서울 파르나스 호텔의 일식 레스토랑 ‘하코네’ 출신의 장덕수(42) 셰프가 차린 초밥집이어서다.

2019년 문을 연 이사부초밥은 현재 “울릉군청 직원과 젊은 현지인 사이에서 예약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식당”으로 통한다. 장 셰프는 “울릉도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이 다양하지 않아 육지에서 건너온 해산물을 쓰기도 한다”며 “문어·무늬오징어·대방어 같은 재료는 최대한 울릉도 자연산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사부초밥은 자리가 15석이 안 된다. 예약 손님으로 늘 금세 찬다. 준비한 재료가 소진돼 일찍 문 닫는 날도 많다. 점심에 한정해 판매하는 초밥 도시락은 여행자에게도 인기다. 일식당답지 않게 한국 술만 취급하는 것도 특징. 모둠회를 시키면 음식 한가운데 태극기 소품을 꽂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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