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30범 감형해준 판사 "여친과 결혼해라, 나같으면 헤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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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행패를 부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40대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형량을 줄일 사정이 없다"면서도 여자친구와 결혼하라며 감형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오창훈)는 전날 특수협박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2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 편의점에서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하던 중 이를 말리던 직원을 매대에 있던 커터칼과 비닐우산 등으로 위협한 혐의와 냉장고 문짝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1심에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어 벌금형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다른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고 누범 기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이전 범죄 전력이 너무 많다"면서도 피해자로부터 처벌 불원서가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과거에도 다수 폭력 전과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전과 30여범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편의점 내 폐쇄회로(CC)TV에 찍힌 A씨를 보고 검찰의 공소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재판부는 당시 A씨가 커터칼을 들고 직원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커터칼을 집으려 손을 뻗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비닐우산을 들어 이리저리 휘둘렀다'는 내용에 대해선 위협했다고 보기 어렵고 겨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을 보면 전혀 원심 형량을 줄일 사정이 없다"면서도 "공소사실이 일부 변경됐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탄원서를 제출한 점을 고려해 결혼을 일찍 하라고 감형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자친구에게 잘하길 바란다. 범행 당시 피고인의 입을 막고 껴안아 범행을 제지했다"며 "피고인의 전과도 상당한 데 나였으면 바로 헤어졌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A씨는 "앞으로 법을 준수하며 올바른 사회 구성원이 되겠다"며 "여자친구는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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