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빠진 SF…이정후 결국 부상자 명단 올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 1회 초 2사 만루에서 하이메르 칸델라리오의 타구를 잡으려 점프했다가 펜스에 부딪히고 있다. 부상 방지용 쿠션이 없는 펜스에 충돌한 이정후는 곧바로 교체됐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어깨 탈구로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4일(한국시간) “어깨를 다친 이정후를 10일짜리 IL에 올리고 포수 잭슨 리츠를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불러올렸다”고 발표했다. 이정후의 어깨 치료 기간과 방법, 복귀 시점 등은 아직 알 수 없다. 구단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를 토대로 15일 치료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날 LA 다저스와의 홈 경기에 앞서 현지 취재진과 만나 “수술은 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수술대에 오르지 않는다면 15일 혹은 60일짜리 IL로 이동한 뒤 올 시즌 안에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1회 초 수비 과정에서 왼쪽 어깨를 다쳐 곧장 교체됐다. 2사 만루 위기에서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홈런성 타구를 잡기 위해 점프하다 펜스에 강하게 부딪혔다. 하필 부상 방지용 쿠션 아래 철조망만 드러나 있던 부분에 충돌해 충격이 더 컸다. 고통을 호소하던 이정후는 결국 데이브 그로슈너 수석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아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는 올 시즌 유독 외야 펜스에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여러 구장에서 점핑 캐치를 시도하면서 수차례 펜스에 몸을 던졌다”고 썼다. 동료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르젬스키도 이 매체에 “이정후가 몇 번이나 펜스에 부딪힐 각오로 달려드는 모습을 봤다. 누구보다 팀이 이기길 원하고,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51억원)에 계약했다. 시즌 초반에는 MLB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최근 6경기 타율 0.310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타율을 0.262까지 끌어 올렸다. 그런데 뜻밖의 부상에 발목을 잡혀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그는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8년에도 경기 도중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고 4개월 만에 복귀한 적이 있다.

MLB닷컴은 “루이스 마토스·타일러 피츠제럴드·야스트르젬스키 등이 대체 선수로 거론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빈자리를 메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