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적을 만드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2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개혁을 하게 되면 결국 많은 국민들에게 이롭지만, 또 누군가는 어떤 기득권을 뺏긴다”며 이렇게 말했다. 극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의료 개혁을 비롯한 교육ㆍ노동ㆍ연금 등 윤석열 정부의 4대 개혁 과제를 좌고우면 않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개혁으로) 이로움을 누리게 되는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별로 인식을 못 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걸 잘 못 느끼지만 뭔가를 빼앗기는 쪽에서는 정말 정권 퇴진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개혁을 해 나간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제 임기 동안 반드시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야권 일각에서 심심찮게 정권 퇴진을 언급하는 가운데, 이 또한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3월 26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토론회 후 49일 만에 재개한 민생토론회에선 노동 개혁 이슈로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타파를 강조했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 간의 처우가 천지 차이인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근로자의 위치에 따라 급여·복지는 물론 사회적 지위까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인해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노동 약자들은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 가입 근로자와 미조직 근로자 간 차별적 보상체계를 두고는 “더는 방관하기 어렵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해소 방안으로 윤 대통령은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노동 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미조직 근로자들이 질병·상해·실업을 겪었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고, 노동 약자들이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고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분쟁 조정협의회 설치를 담고 있다”고 제정안 내용을 소개했다. 여론 수렴과 전문가 공청회 등을 거쳐 법안 내용을 구체화한 뒤, 22대 국회 개원 직후 정부 입법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또, 고액 상습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정부 차원의 근로자 임금 보호 대책을 강화하는 등 악성 임금체불에 대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체불임금 등 노동자의 피해나 더 큰 이슈들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노동법원의 설치를 적극 검토할 단계가 됐다”며 “노동 관련 형법을 위반했을 때, 또 민사상 피해를 보았을 때 이것을 원트랙으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와 법무부엔 “임기 중 관련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민생토론회에는 대리기사와 배달종사자, 건설 현장 근로자, 영세·계약직 근로자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미조직 근로자로서 현장에서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배달·대리운전·택배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 등을 언급하며 “노동 개혁을 하면서 이런 노동 약자의 현실을 외면한다면 제대로 된 개혁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배달업 종사자들에겐 “늘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보험료가 비싸서 가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배달서비스공제조합을 설립하고 시간제 보험을 확대해 보험료 부담을 크게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