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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훅 맞은 뉴라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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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포럼이 29일 오전 공개한 한국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시안은 뉴라이트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11월 29일 오후 9시30분 :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 입장 번복.

"대안교과서 시안은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으려다 역편향의 오류를 범했다."-11월 30일 오후 7시:교과서포럼의 자매단체인 자유주의연대 등 뉴라이트 5개 단체 성명.

지난달 29, 30일 이틀간 뉴라이트가 홍역을 치렀다. 발단은 29일 오전 교과서포럼이 공개한 대안교과서 시안. 5.16을 쿠데타 아닌 혁명으로 규정하고 유신체제를 일방적으로 미화한 부분이 특히 문제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은 높이 평가해도 쿠데타 자체까지 옹호할 순 없다는 반발이 즉각 나왔다. 이 시안을 놓고 토론하기 위해 개최한 30일 심포지엄장은 4.19민주혁명회 등 회원들의 단상 점거로 아수라장이 됐다.

교과서포럼은 2년간 이 시안을 준비해 왔다. 2년간의 작업이 이틀 만에 "역편향의 오류"란 비판에 직면한 셈이다.

시안이 만들어지던 2년간은 뉴라이트 단체들의 급성장기였다. 그들에게 주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소모적 이념 분쟁을 해소할 '열린 보수'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들은 산업화의 가치를 소중히 하면서, 시대착오적 좌편향은 반대하되 민주화의 성과는 존중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합리적 진보에는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전향적 자세도 돋보였다.

그러나 문제의 시안은 그 같은 기본 정신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민주화의 가치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아쉬웠다. 30일 심포지엄을 무산시킨 4.19단체들의 단상 점거 행위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당연한 분노라고 생각했겠지만 민주화의 주역으로서 그 같은 의사표현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즉각 오류를 인정한 점은 뉴라이트답다. 30일 교과서포럼 박효종 상임대표는 "시안이 공식 입장이 아니며 충분한 토론을 거쳐 좌편향.우편향을 모두 벗어난 최종본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안교과서 파문이 한차례의 성장통으로 그치길 기대해 본다.

배영대 문화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