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살람 알라이쿰 '사막과 바다의 축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태양과 사막과 바다는 있었지만 이슬람 종교는 없었다.

2일 오전 1시(한국시간)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중동과 아시아의 전통, 첨단과학과 건축.조명기술, 최고 수준의 예술 역량 등이 결합한 대형 쇼로 펼쳐졌다. 3시간20분 동안 진행된 개막식은 전 세계 30억 명의 시청자에게 HDTV 화면으로 중계됐다.

개막식의 식전.식후 행사는 사막과 바다 사이에서 생성된 카타르의 역동성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회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역동성이었다. 대회 로고도 이글거리는 태양, 움직이는 모래(무빙 샌드), 그리고 출렁이는 바다의 형상을 조합해 사람이 역동적으로 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것에는 미래를 향해 달리는 카타르의 꿈이 담겨 있다. 칼리파 스타디움에는 수천 개의 로고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카타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이슬람 종교'다. 그러나 이번 행사 내내 이슬람 색채는 드러나지 않았다. 1만 벌이 동원된 민속 의상과 전통적인 무대 양식만이 이곳이 이슬람 문화권임을 알렸을 뿐이다.

호주에서 날아온 두 명의 예술 감독 데이비드 앳킨스와 이그나티우스 존스는 "작은 이슬람 국가로 여겨진 카타르가 사실은 탄탄한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미래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개막식의 심벌을 아랍의 고대 천문학 기구인 아스트롤라베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아랍의 힘은 이슬람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메시지다. 지구본 모양의 아스트롤라베는 수은 판에 반사된 별빛을 프리즘에 투과시켜 별의 위치와 경.위도 등을 알아내는 것으로 아랍 해상문명의 기초가 됐다. '알살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는 아랍어 사인과 함께 시작된 식전 행사는 카타르의 한 청년이 카타르 전통 범선을 타고 아스트롤라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기본적인 줄거리다.

칼리파 스타디움 옆에는 이슬람 모스크 첨탑보다 수십 배 높은 '칼리파 타워'가 세워져 있다. 300m 높이의 타워 위에는 15일 동안 아시아인과 카타르의 미래를 밝혀 줄 성화가 타올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