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다가오는데 '金사과' 이어 '金수박'…기후플레이션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프리랜서 김성태]

[프리랜서 김성태]

일조량 부족 등으로 여름 제철 과채인 수박 가격마저 전년 대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기후로 인해 먹거리 가격이 오르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일 기준 수박(상품) 중도매인 판매가는 1개에 2만5520원으로, 전년 대비 30.9% 올랐다. 평년과 비교하면 41.9% 오른 수준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접하는 소매 가격도 전년 대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날 기준 수박 1개 소매가는 2만2699원으로 전년 대비 13.6%, 평년 대비 14.3% 올랐다.

이는 이상 기후로 인해 공급량이 부족해진 영향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5월 수박 출하량은 전년 대비 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식(모종을 밭에 심는 과정)과 수정 시기에 일조시간이 감소했고, 저온으로 인해 뿌리 활착이 지연되면서 착과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기준 주요 수박 산지인 충남 부여군의 일조 시간은 102.7시간으로, 지난해 동월(182.8시간)에 비해 43.8% 줄었다. 부여군 측은 “일조량이 부족한 기상 여건으로 평년 95~98%에 이르던 수정율이 70~80%로 뚝 떨어졌고, 평년 5~7㎏에 이르던 과중이 3~5㎏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구(-39.9%)와 경남 의령군(-33.1%) 등 다른 수박 산지도 일조량이 전년 대비로 감소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같은 기후플레이션 영향은 수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5월 참외 출하량은 생육 장애로 수정과 착과가 저조하고 병해충 발생이 증가한 영향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파프리카 역시 착과 불량과 병해충 작황 등 영향을 받아 출하량이 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사과·배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지난해 냉해 피해로 공급이 크게 줄어든 것이 주원인이다.

정부는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수박 공급이 안정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업관측센터는 오는 6~7월 수박 출하 면적이 전년 대비 각각 1.6%, 1.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충북 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 관계자는 “일조 조건에 따라 수박 출하가 2∼3일 늦어질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작년 수준의 수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5~6월 출하가 집중되는 제철 과채류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과채별 5~6월 출하비중은 참외가 52.9%로 가장 높고, 뒤이어 수박(48.6%), 토마토(25.8%), 사과(11.7%), 배(7.5%) 순으로 이어진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참외·수박 등 제철 과일 지원을 확대하고 전통시장 납품단가 지원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상 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언제든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만큼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주형 전북 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 연구사는 “최근 한국 여름도 동남아와 같은 우기가 나타나는 등 이상 기후가 반복되면서 일조량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부족한 광량을 인공 조명을 이용해 채워주는 보광 시설을 수박 농가에 설치하는 등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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