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 소리에 몸 본능적 반응"…한강 투신 시민 구조한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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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문민선 경위.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문민선 경위. 서울경찰청 제공

“‘첨벙’ 소리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죠.”

토요일이었던 지난 11일 오전 7시 15분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문민선 경위는 취미로 즐기던 수상스키를 타기 위해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을 찾았다. 오후 비 예보 전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생각보다 궂은 날씨에 바로 수상스키를 타지 않고 몸을 풀던 중, 500m 정도 되는 거리에서 ‘첨벙’ 소리가 들려왔다. 월드컵대교 인근이었다.

문 경위는 “직감적으로 투신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평소 한강이 주 근무지인 문 경위에게도 ‘첨벙’은 익숙한 소리는 아니었다. 문 경위는 “누가 뛰어내리지 않는 이상 물에서 그렇게 큰 소리가 날 일이 잘 없다”고 했다. 문 경위는 바로 옆에 있던 수상 레저업체 보트를 빌려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업체직원인 황모(26)씨가 운전을 도왔다. 문 경위는 투신한 A(20)씨를 발견해 구명조끼를 입고 뛰어들어 배 위로 끌어올렸다. A씨가 투신한 지 단 1분 만이었다. A씨는 다행히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월드컵대교 모습. 김성룡 기자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월드컵대교 모습. 김성룡 기자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에 따르면 통상 한강대교에서 떨어진 투신자를 살릴 골든타임은 5분이다. 5분 내 구조하지 않으면 투신자는 수중으로 가라앉거나 의식을 잃어 구조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월드컵대교(20m)처럼 높은 곳에서는 투신 직후 충격으로 기절하는 경우도 많아 신속하게 발견하지 않으면 구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문 경위는 “구조할 때 시간의 중요성을 알기에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관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당시 보트가 없었다면 구조가 어려웠을 것이다. 보트를 운전해준 업체 직원과 주변에서 함께 도와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문 경위는 “한강은 서울 시민들이 자주 찾는 즐거운 장소이기도 하지만, 안 좋은 선택을 하고자 찾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실제 투신도 많이 발생한다”며 “담당 경찰관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문 경위가 근무하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는 한강에서 범죄 예방 및 단속, 구조·수색·변사인양 등 한강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한강경찰대는 시민 60명을 구조하고 약 3700건의 112신고를 처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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