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3일 남겨놓고, 유럽 가서 연금개혁 결론 내겠단 특위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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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스웨덴을 방문한다. 영국 연금보건사회부를 비롯한 연금 관련 부처의 장을 만난다고 한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김용하·김연명 공동 민간자문위원장이 간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복지부 과장 등이 동행한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상균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유경준, 김성주 의원 등 참석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상균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유경준, 김성주 의원 등 참석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위가 내세운 방문 목표는 연금개혁 합의안 마련이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럽까지 가는데, 합의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외유성 출장이라는)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유럽에서 아침·점심·저녁을 함께하면서 타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500인 시민대표단은 1~4차 토론 끝에 56%가 보험료율을 9%→13%로, 소득대체율을 40%→50%로 올리는 ‘소득보장안’을 택했다. 42.6%는 보험료만 12%로 올리는 안을 택했다.

시민대표단의 숙의 결과가 나온 후 여야는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은 “노후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국민 뜻”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여당은 “1안은 조금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명백한 개악”이라고 반대한다.

연금특위는 2022년 7월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뭘 하다가 막판에 해외로 떠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출범 2년이 다 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공론화 토론으로 넘겨 20억원 넘게 예산을 썼고, 그 후에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해외로 간다하니 국민 눈에 ‘외유성 출장’으로 비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국내에서 5박 6일 끝장토론 하면 안 되나.

시간도 연금특위 편이 아니다. 21대 국회 남은 임기(5월 29일)까지 23일밖에 안 남았다. 해외 출장에서 합의안을 만들어 온다고 해도 원내 지도부에 보고한 뒤 최종 협상까지 마쳐야 한다. 본회의 추가 개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파장을 앞둔 마당에 영국·스웨덴에서 연금개혁 과외를 받는다한들 그걸 합의안의 일부에도 넣을 수 있을까. 윤석명(전 한국연금학회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해외로 갈 것이면 특위가 출범할 때 갔어야 한다”면서 “유럽 사례는 전문가들이 이미 정리해 발표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연금개혁 보고서는 발에 차일 정도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6일 페이스북에 “미래 세대 등골을 부러뜨리는 공론화 위원회 연금 개악안이 무엇이 잘되었다고 포상휴가를 가느냐”며 뒷북 출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해외 우수 사례는 진작 살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내서 충분히 할 수 있고 국내에서 해야 하는 작업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곱지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굳이 해외로 간다면 반드시 합의안을 들고 와야 한다. 주 위원장은 “그땐 (빈손으로 올 때) 다 뒤집어써야지. 그걸 감수하고 해보는 것”이라고 밀했다. 합의를 위한 합의가 아니라 정말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합의안을 가져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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