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제주 980㎜…물폭탄 된 남부지방 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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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1000㎜에 육박하는 봄비가 쏟아지며,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비는 어버이날인 8일에야 갤 전망이어서,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전남 광양시(198.6㎜)와 진도군(112.8㎜)은 5월 일강수량 기록을 다시 썼고, 전남 완도(139.9㎜)·순천(154.1㎜)과 경남 남해(242.1㎜)도 5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제주도 삼각봉과 진달래밭 관측소는 4~6일 각각 980㎜와 962.5㎜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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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봄철 폭우에 피해도 속출했다. 5일 경남 고성군 대가면에서는 한 70대 주민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렸다가 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에서도 17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제주에선 강풍까지 불며 이날 하루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5월 초에 장마철처럼 집중호우가 쏟아진 건, 남풍을 타고 비의 ‘연료’가 되는 수증기가 강하게 유입됐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서해상에서 접근한 저기압과 동쪽에 자리 잡은 고기압 사이에 끼면서, 제주·남해안을 관통하는 ‘수증기 고속도로’가 뚫린 것이다. 지난해 어린이날 연휴에도 중국 중부지방에서 접근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제주·남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당시 5월 전국 강수량은 191.3㎜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이후 1년 만에 ‘5월 폭우’가 반복된 셈이다.

이번 비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7일까지, 강원 영동 남부와 남부 지방은 8일 새벽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황지영 기상청 예보관은 “이미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라, 적은 비에도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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