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방위비 새 기준, 2%→3%로? 2.48% 한국에도 압박수

중앙일보

입력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후보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후보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임 시절 동맹국을 ‘지켜주는 대가’라며 국방비 인상을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이와 관련해 과거보다 한층 높은 기준을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한국에 대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증액 압박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 비율을 지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3%에서 올리라고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그의 생각이 새로운 타깃인 3%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처럼 전했다.

앞서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014년 국방비 지출 비율을 GDP 대비 2%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를 충족한 회원국은 지난해 기준 나토 31개국(미국 포함) 중 11개국에 불과하다. 그런데 트럼프는 여기서 기준을 3%로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측근은 트럼프가 지난달 뉴욕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난 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다는 그간 러시아의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가 전반적으로 방위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3%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개최된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직속 부대인 다국적군 나토대응군(NRF)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개최된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직속 부대인 다국적군 나토대응군(NRF)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더 타임스는 트럼프가 생각하는 3%는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전했다. 나토 회원국 내에서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이 3%를 넘는 국가는 폴란드(4.3%), 미국(3.3%), 그리스(3.1%)밖에 없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나토를 방위비 증액 압박의 주된 대상으로 거론했다. 지난 2월에는 나토 회원국들이 적절한 국방비를 지출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격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언행이 극단적이긴 하지만, 사실 그 간 워싱턴 조야에는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적절한 국방비 지출을 통한 집단안보 유지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대부분이 스스로 정한 2% 지출도 지키지 않아 나토 전체 국방비 중 3분의2 정도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국방비 지출이 GDP의 2.48%(e-나라지표, 2022년 기준)인 한국은 적절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 통계로 봐도 2022년 기준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GDP 대비 2.7%(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올해 3월 20일 오전 경기 연천군 임진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미군 스트라이커 화생방 장갑차가 부교 위를 지나고 있다. 뉴스1

올해 3월 20일 오전 경기 연천군 임진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미군 스트라이커 화생방 장갑차가 부교 위를 지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트럼프의 기준이 3%라면 한국 역시 인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서 향후 5년간 방위력 개선과 전력 운영에 들어가는 재원을 연평균 7%씩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해도 전체 국방예산이 GDP 대비 3%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8년은 돼야 한다.

또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즉 방위비 분담금의 총액을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실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부자 나라”라며 자신의 후임인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 규모가 “아무것도 아닌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2021년 타결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서 한국이 내는 방위비를 국방비 인상률과 연동시켰다. 이런 원칙이 유지되고, 트럼프의 ‘3% 압박’에 따라 국방비 지출 또한 늘리게 된다면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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