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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 중 한 명 무직인데…"모디 최고" 외친 인도 청년들, 왜 [세계 한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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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사전세계 한잔

[세계 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청년실업에 시달리는 인도에서 이번 총선(4월19일~6월1일, 6월4일 개표) 판도를 결정할 ‘젊은 표심’이 나렌드라 모디(73) 현 총리에게 쏠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4억 인구 대국 인도 국민의 평균 연령 28.7세로, 30세 미만 젊은층 비율이 인구 절반을 넘는다.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작은 마을에 노동자들이 새우껍질을 벗기는 일을 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고질적인 빈곤과 실업,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AP=연합뉴스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작은 마을에 노동자들이 새우껍질을 벗기는 일을 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고질적인 빈곤과 실업,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A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알자지라·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센터(CPR)와 인도 경제매체 민트가 지난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4세 이하 응답자 중 48%가 모디와 그의 소속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28세 이하 응답자 중 모디 지지자는 44%였다.

이를 두고 알자지라는 “모디에 대한 청년들의 지지율은 노년층에 비해 약간 낮을 뿐”이라며, “현재 인도의 높은 청년 실업률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든 모순적 현상”이라고 전했다.

고학력일수록 높은 실업률

실제로 인도의 청년 실업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20~24세 실업률이 44.9%로, 두 명 중 한 명은 무직이다. 전체 실업률도 7~8%로 매우 높다. 특히 고학력일수록 실업률이 높았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인도의 25세 미만 대졸자 중 41%가 실업자다. 오히려 중등교육 이하 이수자의 실업률은 8%로 낮았다.

알자지라는 인도 경제가 교육 수준이 높은 청년들을 수용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실패한 결과라고 전했다. 유엔 세계개발연구소는 인도 취업자 중 20%만이 제조업이나 정보통신(IT)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40% 이상은 농업에 종사 중이라고 전했다.

인도의 청년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취업밴'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의 청년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취업밴'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 서부 미라지 마을의 루카이야 베파리는 "“나는 우리 집안 전체에서 첫번째 석사 학위 소지자이지만, 실업자”라면서 “두 오빠 역시 지난 2년 동안 풀타임으로 근무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BBC에 말했다.

인도 청년들은 모디 집권기에 실업률이 더 악화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인도 델리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개발도상국연구센터(CSDS)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는 “지난 5년 동안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도 57%나 됐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복지·SNS·국격…젊은층 표심 비결

이런 상황이지만 인도의 젊은이들 중 고용 문제를 모디와 BJP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매체는 청년들이 모디를 좋아하는 원인으로 ▶무료 곡물 배포 등 적극적인 복지제도 ▶소셜미디어 활용 ▶국격 향상 등을 꼽았다.

그간 BJP는 인도 극빈층 8억 명에게 무료로 곡물을 배포하고 저소득층 여성에게 월 1250루피(약 2만원)의 수당을 지불하는 등 복지 제도에 힘써왔다. 또 70세 이상 모든 인도인에게 무료 의료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각 가정에 도시가스를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디의 놀라운 점은 국가 복지 프로그램마저 자신의 이름으로 시행한다는 것”라며 “무료로 배포되는 곡물 봉지에 모디의 사진을 박아 넣으며, 자신을 광고하는 데 사용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다수 인도인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가스, 전기, 수돗물, 은행계좌 등 모든 좋은 것들은 모디 덕분에 이뤄졌다"고 말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모디와 BJP가 소셜미디어에 능숙한 점도 젊은층의 지지를 끌어모은 요인으로 꼽힌다. 모디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1억 명의 팔로어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9000만명에 달하며 이중 대다수가 35세 미만의 젊은층이다. 왓츠앱과 유튜브에도 짧은 클립을 자주 올리고 있다. 반면 제1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최근에야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년층과 소통에 나섰다.

젊은이들은 모디 정부가 인도의 국격을 높였다는 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싱크탱크인 옵저버연구재단이 올 초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도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18~35세 젊은이 중 83%가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디가 자신의 개인적 성과라 홍보해온 ‘주요20개국(G20) 의장국’ 역할 등이 인도의 미래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가상 정상회담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와 각국 지도자들. EPA=연합뉴스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가상 정상회담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와 각국 지도자들. EPA=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젊은이들이 모디 정부가 자신의 경제적 상황은 개선하지 못했어도, 국가를 더 낫게 만들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5년간 실업 상태라는 27세 청년 아만 굽타는 ”모디는 중국의 방해에도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유엔은 모디에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까지 했다“면서 ”모디만이 인도를 세계적인 강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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