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세' 한국 140곳이 사정권? 계산 다시하니 1100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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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호주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약 80㎞ 떨어진 포트 켐블러의 산업단지 내 한 제철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제철소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시설 중 하나다. 연합뉴스

호주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약 80㎞ 떨어진 포트 켐블러의 산업단지 내 한 제철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제철소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시설 중 하나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무역장벽 중 하나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1년9개월 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CBAM이 한국 기업 1100곳가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CBAM이 2026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CBAM이란, EU 역외 국가에서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을 EU에 수출할 때 제품에 내재한 탄소 배출량을 관계당국에 보고하고 배출량에 따른 CBAM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런 보고·구매 의무는 수입업자가 진다. 다만 수입업자가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수출업자는 탄소배출량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수입업자가 CBAM 인증서를 구매하는 비용은 수출 대금에서 차감하는 식으로 수출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사실상 수출 기업들이 무역 관세를 내게 되는 셈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EU가 CBAM을 시행하려는 주요 이유는 역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현재 EU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겠다는 고강도 목표를 설정한 상태인데, 이 때문에 역내 기업의 생산원가가 상승하고 생산시설이 역외로 이전하는 등의 ‘탄소 유출’ 현상이 벌어졌다. 이를 막기 위해 역외 기업들에도 비슷한 탄소 감축 부담을 주겠다는 이야기다. CBAM 시행으로 EU는 공급망 등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2022년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CBAM 대상 품목인 철강 등 6개 부문의 최근 3년간 대 EU 수출액 총액은 2022년 기준 약 54억1200만유로(약 7조9918억원)로 집계된다. 세부 부문별로는 철강이 48억1500만유로로 약 88.9%, 알루미늄이 5억9000만유로로 10.9%, 비료는 721만400유로로 0.13%를 차지했다.

CBAM 제도의 영향을 받는 한국 기업 수는 지난해 10월 140곳가량인 것으로 업계는 봤다. 하지만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약 1100곳 정도로 늘려 잡고 있다.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밥솥 수출 기업은 CBAM의 영향을 안 받는 것으로 분류되는데, EU가 “밥솥 안에 철강(내솥)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규제망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다.

또한 자동차 부품 수출 기업의 경우 일부만 CBAM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식이면 최악의 경우 EU로 향하는 거의 모든 수출품과 기업이 CBAM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도 있다.

중소기업 78% “CBAM 뭔지 몰라”…55% “대응계획 없어”

한국 기업 중 대기업들은 CBAM 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중소기업일수록 무방비 상태인 경우가 적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제조 중소기업 300곳 중 78.3%가 CBAM에 대해 “대체로 모름”(42.3%) 혹은 “전혀 모름”(36.0%)이라고 답했다. 특히 EU로 수출실적이 있거나 수출 계획이 있는 중소기업 142곳에 대응 계획을 물었더니 54.9%는 “특별한 대응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정부는 비상등을 켜고 기업들에 대한 홍보·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환경부·관세청 등은 돌아가며 지역별로 매월 1회 이상 설명회를 열고 있다. 관세청은 앞으로 CBAM의 적용을 받는 제품이 수출 시 즉각 해당 기업에 통보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한국 기업들이 CBAM 시행 이후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신서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철강의 경우 한국의 포스코 등이 중국·인도·터키 기업보다 수출량을 더 늘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국 등 기업들은 CBAM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돼서다. 한국과 중국 등 경쟁국들 가운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점도 유리한 조건이라고 신 선임연구원은 설명했다.

심진수 산자부 신통상전략지원관은 “정부는 EU에 CBAM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맞게 설계되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해왔고, EU는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CBAM 체제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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