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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간호조무사에 모발이식 수술 시킨 의사…의사들이 고발

중앙일보

입력

탈모 진단 중인 모습. 사진 JTBC 방송 캡처

탈모 진단 중인 모습. 사진 JTBC 방송 캡처

간호조무사에게 모발이식 수술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의사를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9일 ‘불법 대리수술 근절 의사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강남구 한 의원 원장 A씨를 의료법 위반 교사 혐의로 지난 2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들은 경찰에 낸 고발장을 통해 “A씨가 2021년 4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병원에서 탈모 환자를 수술대에 앉혀놓고 본인이 두피를 절개해 슬릿(구멍)을 만든 다음 자신은 자리를 비우고 성명 불상의 간호조무사들이 미리 채취해둔 모낭을 슬릿에 심는 시술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증거로 A씨 병원에서 일하던 전 봉직의의 진술서 등을 경찰에 제출했다.

포셉 슬릿 수술 설명 그림. 사진 불법 대리수술 근절 의사협의회

포셉 슬릿 수술 설명 그림. 사진 불법 대리수술 근절 의사협의회

협의회가 문제 삼는 건 A씨의 ‘포셉 슬릿’ 방식 수술이다. 모발 이식 수술은 탈모 치료를 위해 보통 뒷머리와 같은 부위에서 모낭을 채취해 필요한 곳(수여부)에 이식하는 수술을 말한다. 이 중 하나인 포셉 슬릭 방식은 수술용 블레이드(칼날)로 수여부에 구멍 형태의 ‘슬릿’이라는 상처를 낸 뒤 ‘포셉’이라는 핀셋 형태 도구로 미리 채취한 모낭을 슬릿에 끼워 넣는 방법이다. 그런데 A씨는 슬릿 과정까지만 본인이 한 다음 수술대를 떠나고, 병원 간호조무사들이 나머지 과정인 모낭 이식을 담당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협의회는 “간호조무사의 포셉 슬릿 수술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해당 수술 방식은 보건위생상 장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침습적(검사장비 등을 직접 침투하는 방식) 의료행위로, 전문 지식을 갖춘 의사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호조무사의 이런 행위가 의료법을 위반한 것을 아닌지에 대한 질의에 보건복지부는 최근 “위해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의사 업무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렸다고 한다. 대한모발이식학회도 2017년 대회원 공지를 통해 이와 비슷한 복지부 답변을 인용하며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이런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장 접수에 따라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씨와 비슷한 방식의 의료법 위반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A씨를 고발한 협의회는 소수 의사가 뭉친 비영리 단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지난 26일 만난 협의체 소속 한 전문의는 “대리수술이 보험 영역이 아닌 비보험 영역에서 주로 일어난다는 것은 돈을 좇겠다는 일부 의사들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일부 간호조무사가 불법 대리수술로 내몰리고 있다”라며 “의료법을 위반한 의사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의료법 위반에 따른) 면허 취소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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